사람 빼앗는 경쟁으로는 지방소멸 못 막는다[기고/김호균]

1 hour ago 1

김호균 전남대 행정학과 교수 정부가 인구 감소로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을 지원하기 위해 매년 1조 원 규모로 투입하는 ‘지방소멸대응기금’이 있다. 지방정부가 제출한 투자 계획을 바탕으로 우수한 계획과 성과를 보인 지역에는 평균 배분액의 최대 두 배를, 현저히 부실한 지역에는 절반 수준을 배분한다. 행정안전부의 2027년도 지방소멸대응기금 평가가 본격화됐다. 10월까지 평가를 마치면 지역별 배분액이 결정된다. 시설 건립에 편중된 연간 1조 원 규모의 기금을 일자리·주거·돌봄 등 주민 체감형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새 방향은 옳다. 마침 한국노동연구원이 7월 발표한 첫 실증분석(‘지방소멸대응기금이 지역고용 및 인구에 미치는 영향’)은 전환의 필요성을 수치로 보여준다. 기금 지원 지역의 전체 고용률은 0.61%포인트 상승하고 지역당 일자리도 약 370개 늘었지만, 상용직 고용률은 1.22%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임시·일용직과 자영업 고용률은 각각 0.49%포인트와 1.34%포인트 올랐고, 청년층 고용 효과는 미미했다. 외부 인구 유입은 뚜렷하지 않았지만 다른 시도로의 전출은 12.4% 감소했다. 기금이 단기 고용과 이탈 방지에는 일부 기여했으나, 청년이 머물 양질의 일자리와 정주 기반을 만드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는 뜻이다. 배분 경쟁만 강화한다고 정책 효과가 저절로 커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성과 차등 폭 확대 역시 구조적 딜레마를 낳는다. 지방소멸은 특정 지방정부가 사업을 잘못해 생긴 문제가 아니다. 국토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모인 국가적 불균형의 결과다. 이 거대한 흐름 앞에서 인프라와 행정 역량이 부족한 비수도권 군 지역에 단기간의 가시적 성과를 요구하는 것은 밀물을 앞에 두고 모래성을 지키라는 주문과 다르지 않다. 출발선이 다른 지역을 같은 결승선에 세워 예산을 깎는다면, 가장 절박한 지역이 먼저 밀려날 수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도 최근 기금의 인구 감소 완화 효과를 통계적으로 뚜렷하게 확인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2025년 말 미집행액은 약 9500억 원에 달했다. 돈의 규모보다 지역 문제를 진단하고 지속 가능한 사업을 설계할 역량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그러나 열악한 지방정부일수록 주민 체감형 사업을 기획하고 운영할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 성과에 따른 보상은 필요하지만 역량의 격차까지 성과의 차이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 중앙정부는 취약 지자체에 전문 인력과 공동 기획 플랫폼을 ...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