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AI시대, 한국의 약점은 에너지"라는 뼈아픈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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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12.07 17:27 수정2025.12.07 17:27 지면A39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지난 5일 이재명 대통령을 만나 “인공지능(AI) 혁명 시대에는 에너지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며 “한국의 결정적 약점이 에너지”라고 조언했다. AI 생태계 구축 협력을 논의하는 자리에서다. 5000억달러(약 735조원) 규모의 글로벌 AI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를 주도하는 손 회장이기에 ‘AI 3대 강국’을 꿈꾸는 한국의 취약성과 한계가 한눈에 보였을 것이다. 뼈아픈 지적이 아닐 수 없다.

손 회장은 이날 “이 대통령께 드리고 싶은 말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초인공지능(ASI) 역량 강화에 집중하시라는 것”이라고도 했다. ASI는 모든 면에서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인공지능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네 가지 요소(에너지, 반도체, 데이터, 교육)가 필요하다는 주장인데,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게 없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에너지(전력)는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다.

ASI를 실현하려면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100만 개 정도가 필요하고 이를 가동하기 위해서는 1GW급 전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대형 원전을 새로 지어야 공급이 가능한 수준이다. 데이터센터의 규모도 현재 계획 중인 것보다 훨씬 더 키워야 한다는 게 손 회장의 조언이다. 정부가 비중을 늘린다는 재생에너지만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고 안정적이지도 않다. 하지만 최근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확정된 신규 원전 2기 건설조차 공론화를 거치겠다고 하는 등 정부는 여전히 겉돌고 있다. 최근 수립에 착수한 12차 전기본에서 원전 건설을 백지화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얼마 전 한·미 관세 협상에서 한국이 제공하기로 합의한 자금을 원전 건설에 우선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한국 돈으로 원전을 지어 AI산업을 지원하겠다고 하는데, 정작 우리는 원전 의존은 줄이되 AI는 키우겠다고 한다. 손 회장의 이번 지적은 그런 자기모순을 빨리 깨부수라는 충고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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