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檢 미제사건 폭증… 흔들리는 수뇌부, 일손 놓은 실무진

3 weeks ago 7
전국 검찰청에서 3개월 넘게 처리하지 못한 미제 사건이 올 들어 지난달까지 누적 10만 건을 넘어섰다. 지난해에는 미제 사건이 총 6만4000여 건으로 월평균 5300건 정도였는데, 올해는 거의 두 배인 월 1만 건에 달하는 것이다. 올 6월 새 정부 출범 직후 3대 특검이 시작되면서 검사 110여 명이 한꺼번에 파견된 것이 일단 영향을 줬을 것이다. 이런 가운데 ‘관봉권-쿠팡 의혹’ 사건 상설특검까지 가동돼 검사들이 추가 차출될 상황이다.

검찰의 사건 적체는 비단 인력난 때문만이 아니다. 검사들을 지휘할 수뇌부 공백도 심각하다.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파문으로 검찰총장 권한대행, 서울중앙지검장이 사퇴한 데 이어 검사장 이상 간부 가운데서도 사의 표명이 이어졌다.

내년 10월 정부조직법이 시행되면 사라질 처지인 검찰은 안 그래도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 신설로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보는 일선 검사들의 이탈이 심상치 않다. 올 들어 10월까지 퇴직 검사 수가 156명으로, 연간 통상 퇴직 인원인 130∼140명 수준을 벌써 넘어섰다. 대규모 특검 파견과 검사들의 ‘엑소더스’로 남아 있는 검사들의 업무는 가중되는데, 조직 해체에 대한 불안과 리더십 부재까지 겹치며 사기가 크게 떨어졌다고 한다.

검찰 캐비닛에 쌓여가는 미제 사건은 사기 폭행 성범죄 등 주로 서민들이 피해자인 사건들이다. 정치 편향적 수사에 대한 검찰의 자성과 개혁은 필요하지만 새로운 형사사법 시스템이 실행되기까진 아직 10개월 넘게 남았다. 그때까지 법 집행에 한 치의 공백도 없어야 할 검찰이 벌써부터 식물 기관으로 전락하면 범죄자들만 득을 보게 될 것이다.

검찰 수뇌부는 하루빨리 조직을 추슬러야 한다. 정부·여당도 남은 기간 동안 검찰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미제 사건이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난 채로 중수청이 들어서면 과도기적 혼란 속에 사건 처리가 더 지연될 수밖에 없다. 새로운 형사사법 시스템이 국민에게 부담을 안기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서는, 제도의 안착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이 몇 배는 멀고 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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