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石化 구조조정 첫발… 기업은 더 서둘고, 정부는 전폭 지원을

2 weeks ago 2
경기 침체와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구조적 위기에 처한 석유화학 업계에서 자율 구조조정안이 처음으로 나왔다.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이 충남 대산 석유화학단지에서 각각 운영하고 있는 나프타분해설비(NCC)를 통합해 감축 운영하기로 한 것이다. 8월 정부와 10개 기업이 사업 재편을 위한 자율협약을 체결한 지 3개월 만이다. 이를 시작으로 정부가 제시한 연말 시한에 맞춰 여수, 울산 등 다른 단지의 구조조정도 속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두 회사가 26일 정부에 제출한 사업 재편 계획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대산공장을 물적 분할해 HD현대케미칼과 합치고, 합병 법인의 지분은 롯데와 HD현대 측이 절반씩 보유하게 된다. 이후 양사가 각각 운영해 온 설비 중 하나를 가동 중단하면 연간 최대 110만 t 규모를 감축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와 업계가 줄이기로 한 최대 목표량 370만 t을 채우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수출 효자’ 산업이던 석유화학 산업은 2020년대 들어 중국·중동발 공급 과잉에 글로벌 수요 부진까지 겹치며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 구조조정 필요성은 오래전부터 제기됐지만 장기 호황에 취해 적기를 놓쳐 버렸다. 전남 여수의 여천NCC는 2022년 이후 누적 적자가 1조 원에 육박해 존립이 위태로울 정도다. 현재의 불황이 계속되면 3년 이내에 국내 석유화학 업체 절반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온다. 지역 경제의 43%를 석유화학에 의존하는 여수는 협력업체 도산, 일자리 감소, 공실 증가 등으로 지역 전체가 불황에 휘청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구조조정의 속도는 좀처럼 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연말까지 사업 재편 계획을 제출하지 못하는 기업은 정부 지원에서 제외하겠다고 강하게 압박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지원책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기업들은 경쟁사가 먼저 감축에 나서기만 기다리며 눈치 싸움을 하고 있다. 유럽연합(EU)과 일본, 중국 등이 노후 설비를 감축하고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산업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정부는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는 석유화학 지원법 통과에 맞춰 고부가가치 설비 전환에 필요한 금융 및 세제 지원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기업들도 시간 끌기를 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자구책을 강구해야 한다. 이번 기회마저 놓치면 자칫 산업 전체가 공멸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사설 >

구독

이런 구독물도 추천합니다!

  • 테크챗

  • 푸드 NOW

    푸드 NOW

  • 오늘의 운세

    오늘의 운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