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車담보대출로 몰린 서민들…'숨통'은 틔워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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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6.04.10 17:27 수정2026.04.10 17:27 지면A23

정부의 고강도 가계대출 규제로 돈 빌릴 곳이 사라진 서민들이 자동차담보대출로 몰리고 있다는 한경 보도다. 현대 KB 등 5대 캐피털사의 지난해 말 차(車)담보대출 잔액은 2조8074억원으로 전년 대비 46% 늘었다. 저축은행권 대출 2조3000억원을 합하면 5조원이 넘는 규모다. 금융사의 높아진 대출 문턱을 넘지 못한 이들이 마지막 급전 창구로 꼽히는 차담보대출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담보로 맡길 차량조차 없는 저신용자의 상황은 더하다. 고금리 대부업체나 불법 사금융에 기댈 수밖에 없다. 지난해 4분기 상위 30개 대부업체의 신규 대출액은 7955억원으로 2년 새 139% 증가했다. 대부업체 이용자도 8만7227명으로 같은 기간 두 배 이상 늘었다. 불법 사금융 피해 신고 역시 지난해 1만8000건에 육박해 13년 만의 최대다. 생계자금이 필요한 취약계층이 한계 상황에 내몰렸다는 금융계 분석이다.

상호금융권 문턱도 높아져 중·저신용자 대출은 갈수록 어려워질 전망이다. 지난달 3조5000억원 늘어난 가계대출 중 2조7000억원이 상호금융권 대출이라는 금융당국 지적에 신협, 농협, 새마을금고 등이 잇달아 가계대출과 주택담보대출 줄이기에 나섰다.

물론 가계부채를 줄여야 할 필요는 있다. 집값을 잡으려면 어느 정도의 대출 규제도 불가피하다. 과도한 ‘영끌’이나 ‘빚투’를 방치하면 금융 불안의 뇌관이 될 수 있다. 차담보대출 차주 중 유일하게 30대와 40대 비중이 늘어난 것만 봐도 그렇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88%대로 60%대 초반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에 비해 크게 높은 것도 사실이다. 한국은행 지적대로 높은 가계부채 비율은 가계의 이자 부담을 늘리고 소비 여력을 잠식한다.

정부가 장기 목표를 세워 가계부채 비율이 꾸준히 낮아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하지만 앞뒤 살피지 않는 ‘대출 조이기’가 정책 목표가 돼서는 곤란하다. 실수요자와 서민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정책의 정교함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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