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66년 지어진 서소문 고가는 내부 철근과 콘크리트의 부식이 이미 심한 상태다. 이런 노후 구조물을 해체하는 작업은 항상 붕괴 위험을 안고 있다. 특히 사고 당일처럼 구조물 일부가 내려앉아 ‘경고등’이 켜진 경우라면 더 그렇다. 안전점검을 이유로 누군가는 현장을 들어가야 하더라도 최소한의 안전 시설이나 장치부터 먼저 확보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보조 지지대가 없다는 이유로 점검에 나선 9명 모두 추락 방지용 보호구인 ‘안전대’도 착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안전진단 작업에 정작 ‘안전’이 고려되지 않은 것이다.
붕괴 전조 현상이 나타난 뒤 12시간이나 지나 안전점검을 한 것도, 또 그사이 아무런 주변 통제 조치가 없었던 것도 문제다. 충정로역과 시청역 사이 493m를 잇는 서소문 고가 아래로는 경의선을 따라 열차가 수시로 통과한다. 실제 사고가 일어나기 5분 전 KTX가, 1분 전에는 무궁화호가 각각 고가 아래를 지나갔다. 또 도심 한복판이라 주변으로는 차량과 사람들도 지나다닌다. 붕괴 당시 영상을 보면 고가 상판이 무너질 때 그 바로 옆으로 아슬아슬하게 비켜가는 소형 트럭과 오토바이가 보인다. 자칫 열차가 지나는 순간이거나 차량 통행량이 많을 때 사고가 발생했다면 더 큰 참사로 이어졌을 수도 있는 것이다. 생각만으로도 아찔한 일이다.
서소문 고가 철거 현장은 철도 통행 등에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 붕괴를 막을 지지 시설을 갖추기 어려운 구조였다고 한다. 사고 전부터 이미 위험 요소를 내포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는 일부 현장에서 ‘리스크 관리 시스템’이 여전히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우리 사회가 대형 참사 앞에 아직도 무방비 상태가 아닌지 심각하게 돌아봐야 할 때다.- 좋아요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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