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경북대병원 등 전국 10개 국립대병원이 지난해 8653억원의 의료손익 적자를 냈다는 소식이다. 4718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전년보다 적자폭이 두 배 가까이 커졌다. 의료손익은 진찰, 수술 등으로 벌어들인 돈에서 인건비와 약품비 등을 뺀 것으로, 순수 의료행위로 벌어들인 수익을 의미한다. 서울대병원의 손실액이 2178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경북대병원(1250억원), 부산대병원(1202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국립대병원의 재정 상황이 악화한 이유는 복합적이다. 이 기관들은 심근경색, 뇌출혈, 대형 외상 등을 중점적으로 치료하는 권역응급의료센터 역할을 맡고 있다. 민간 병원이 꺼리는 필수의료를 책임진다는 얘기다. 문제는 중증·응급환자에 적용되는 건강보험 수가가 치료의 난도, 필요 인력에 비해 턱없이 낮다는 데 있다. 열심히 환자를 치료할수록 손실이 늘어나는 구조다.
선택진료, 건강검진, 미용성형 같은 비급여 진료가 많지 않은 것도 살림이 쪼들리는 원인 중 하나다. 국립대병원의 비급여 진료 비중은 10% 미만으로, 15% 안팎인 대형 민간 병원에 미치지 못한다. 지난해 ‘의정 갈등’으로 전공의가 대거 이탈한 것도 국립대병원에 악재로 작용했다. 전공의 복귀율이 대형 민간 병원보다 낮다 보니 의료 서비스의 질이 크게 떨어졌다. 이는 환자 이탈과 적자 증가로 이어졌다.
국립대병원은 지방 의료를 책임지는 중요한 보루다. ‘응급실 뺑뺑이’ 상황에서 환자들이 의지할 마지막 버팀목이기도 하다. 국립대병원을 지키려면 흉부외과, 응급외과 등에 할당되는 중증·응급환자 건보수가부터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 권역응급의료센터에 일반 병원보다 높은 별도의 건보 수가를 적용하는 방법도 검토해 볼 만하다. 국립대병원과 관련한 규제도 풀어야 한다. 현재 국립대병원은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된다. 자체적인 판단에 따라 인원을 늘리고 임금을 올리는 게 쉽지 않은 구조다. 지역의사제 등 중장기 대책 마련도 좋지만, 국립대병원 정상화가 훨씬 더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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