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미투자특별법 한 달 지연에 4천억 손실… 속 타는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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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한미 관세·안보 협상의 양해각서(MOU) 비준 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는 쪽으로 입장을 굳혔다고 한다. 야당인 국민의힘이 비준 동의를 요구하고 있지만, 이 문제를 놓고 여야의 논쟁이 장기화할 경우 한국산 자동차와 부품에 대한 대미 수출 관세 인하가 늦어져 우리 기업들이 심각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부 여당은 그 대신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이행을 지원하기 위한 ‘대미투자특별법’ 입법을 이달 안에 추진할 방침이다. 한미는 우리 정부가 대미투자기금 조성과 관련한 법안을 국회에 발의한 달의 1일부터 자동차 등에 15%로 인하된 관세를 소급해 적용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다음 달로 발의가 넘어가면 우리 자동차업계는 한 달분 관세를 고스란히 더 부담해야 한다.

올 4월 미국이 수입차에 25% 관세를 부과한 후 현대자동차그룹은 2분기 1조6000억 원, 3분기 3조 원의 관세부담을 졌다. 관세율이 15%로 낮아지면 부담은 월 4000억 원 정도 줄어든다. 비준 동의 문제로 특별법안 발의가 지연되면 25% 관세를 계속 물면서 15% 관세만 부담하는 유럽연합(EU), 일본의 자동차업체와 미국시장에서 경쟁해야 한다. 한국보다 먼저 미국 정부와 MOU에 사인한 EU, 일본은 각각 8월 1일과 9월 16일부터 관세가 인하됐다.

게다가 한국 자동차 기업들은 일본 경쟁사에 비해 미국 내 생산 비중이 낮아 고관세의 충격에 더 취약하다. 현지 생산 비중을 끌어올리기 위해 현대차그룹이 미 조지아주 메타플랜트아메리카 등에 4년간 260억 달러(약 38조 원)를 투자하기로 했는데, 이 또한 큰 부담이다. 별도로 한국에서도 2030년까지 125조20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한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압박으로 시작된 한미 관세협상, 그 결과 한국이 지게 된 막대한 대미투자 부담은 천재지변에 준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감당하기 힘든 짐이지만 수출에 의지해 성장해온 경제체제를 지켜내기 위해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법적 구속력 없는 행정적 합의’란 점이 명시된 MOU를 미국은 대통령 행정명령으로 시행하는데, 우리만 국회가 비준 동의할 경우 나중에 우리 쪽에 불리한 족쇄가 될 가능성도 있다. 국회의 판단만 애타게 기다리는 기업들을 위해서라도 비준동의 문제를 정쟁의 대상으로 삼는 일을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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