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X 공모주 ‘0주 배정’ 사태의 후폭풍이 커지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애초 231만4815주를 전문투자자와 기관투자가에 배정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최종 배정 때 대표 주관사인 골드만삭스가 이 물량을 모두 삭감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청약증거금을 전액 환불했지만 투자자들의 불만이 이어졌다. 스페이스X 공모주를 상장지수펀드(ETF)에 편입하려던 자산운용사들은 펀드 운용에 차질을 빚었다. 금융당국은 경위 파악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코리아 패싱’이라며 분통을 터뜨리지만 냉정하게 보면 국제 금융시장에서 작동하는 힘의 논리에 따른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초과 수요가 몰린 상황에서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거대 국부펀드와 초대형 기관투자가, 전략적 투자자를 우대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한국의 경우 기관·전문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사모 형태로 청약을 진행해 청약 주문액이 10억달러에 그쳤다.
문제는 미래에셋증권이 일반인 대상 공모를 포기한 이유가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촉박한 일정에다 환율 자극을 우려한 당국 눈치를 보느라 공모를 축소하는 소극적 행보가 빚어낸 결과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전방위로 자금을 끌어모은 일본 미즈호증권의 행보와 대조를 이룬다. 미즈호는 개인투자자 참여를 허용해 1조엔(약 62억달러) 넘게 신청을 받았고, 최종적으로 22억달러어치 공모주를 확보했다.
이번 사태로 국내 IB업계의 글로벌 경쟁력과 한국 자본시장의 위상이 시험대에 올랐다. 대형 증권사들은 글로벌 IB를 표방하며 해외 영토 확장에 나섰지만, 결정적 국면에서 글로벌 대표 주관사와의 협상력이 한계를 드러냈다.
다만 미래에셋증권이 기관투자가 대상 코너스톤 물량 270만 주를 확보한 점은 긍정적 신호다. 앤스로픽, 오픈AI 등 대형 기업공개(IPO)가 예정된 상황에서 글로벌 메가딜에 참여할 수 있는 위상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이번 사태를 한국 금융의 체질 개선을 위한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금융당국은 낡은 규제가 K금융의 글로벌 확장을 가로막고 있지는 않은지 면밀히 점검해야 할 것이다.

1 week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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