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예산이 투입된 국가 연구개발(R&D) 과제 수행 중 생성된 데이터 공개를 두고 기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이 규정을 둔 법이 시행되면 민간 기업은 과제 참여만으로 데이터 공개 의무를 지게 될 판이다.
기업 모임인 경제 6단체가 27일 기업 적용 제외를 촉구하고 나선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관련 3개 법안은 민간 기업이 수행하는 R&D 과제 중 정부 지원 비중이 50% 이상인 경우에는 연구데이터를 통합플랫폼에 등록·공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연구데이터란 연구 결과뿐만 아니라 연구 수행 과정에 수반되는 실험이나 시장조사, 소비·이용자 분석 등 중간 결과물까지 포함된 광의의 데이터라 한다. 즉, 정부가 절반을 지원했으니만큼 연구 내용 전부를 내놓으란 얘기와 같다.
문제는 기술이나 제품 연구 특성상 특허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복제를 낳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 차이는 그야말로 종잇장 한 장 사이도 안된다. 요즘처럼 기술 변화와 아이디어 가속이 빠른 시대, 연구데이터 공개는 기술 신규성을 포기하란 뜻과 같다.
이날 국회와 정부에 전달된 경제단체의 뜻도 같은 맥락이다. 기업이 수행하는 국가 R&D 연구데이터가 공개될 경우 핵심기술 해외 유출과 사업 기회가 침해받을 개연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는 국가 R&D의 공공적 역할을 감안하더라도 장기적인 국가 산업경쟁력에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높다.
일선 기업 현장에서도 같은 우려가 나온다고 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국가 R&D 참여 경험을 가진 294개 기업을 조사해봤더니, 이 중 79.6%가 수행 과정에서 핵심 영업비밀, 경영 전략 등 중요 정보를 다뤘고 답했다. 기업으로선 우려를 안고 참여하고 있는 셈이다.
법 제정으로 연구데이터 공개가 의무화되면 앞으로 국가R&D 참여 의향에 대해 65.7% 기업이 “참여는 하겠지만, 이전에 비해 축소할 것”이라고 답했다. 기업들도 국가R&D 참여라는 표면적 실적보다는 해당 기술로 얻는 경쟁력·사업화 기회라는 본질적 가치를 더 크게 보고 있는 것이다.
이 법의 필요성은 국가R&D 지원 예산의 적정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것으로 설명돼야 한다. 어깃장 놓듯 참여 기업의 연구데이터를 공개하는 것으로 지원 적정성이 입증될 순 없다. 기업에 또 다른 짐만 될 규제 입법은 멈춰야 한다.
editoria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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