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장관은 26일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용인에 입주하면 두 기업이 쓸 전기 총량이 원전 15기 분량이어서 꼭 거기에 있어야 할지…. 지금이라도 지역으로, 전기가 많은 쪽으로 옮겨야 되는 건 아닌지 고민이 있다”고 했다. 앞서 일부 더불어민주당 정치인들이 “전기가 넘쳐흐르는 새만금으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이전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한 것과 비슷한 맥락의 발언이다.
수도권에 대규모 전력 공급이 어려우니, 신재생 전력 생산이 많거나 생산이 늘어날 곳으로 반도체 공장을 옮기자는 이런 주장들이 인허가 문제 등으로 이미 크게 늦어진 용인 반도체 산단의 완공을 더 늦출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023년 계획이 확정된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국가 산단은 3년이 다 된 최근에야 토지보상 절차를 시작했고, 2019년 계획이 발표된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는 6년이 지난 올해 2월에야 착공했다. 계획 발표 후 28개월 만에 완공된 일본 구마모토의 TSMC 파운드리 공장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느린 속도다.
그런데도 용인 산단이 확보한 전력은 필요량의 절반에 그친다. 정부는 호남지역 신재생 전력을 수도권으로 끌어오는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를 내년에 본격화해 해결하겠다고 했는데, 그 사업을 앞장서 지휘해야 할 장관이 엉뚱한 소리를 한다. 수년에 걸쳐 정부·지방자치단체와 전력·용수 문제를 간신히 풀고, 본격적으로 수백조 원대 투자를 진행하려는 기업들로선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국가 주력 산업의 육성은 철저히 준비된 청사진을 10년, 20년간 일관되게 밀어붙여도 성공을 확신하기 어렵다. 게다가 한국 수출의 약 30%를 차지하는 반도체는 세계 선진국들이 패권을 잡기 위해 각축을 벌이는 산업이다. 일분일초가 급한 때에 정부의 공식 방침도 아닌 장관 개인의 의견을 주제넘게 드러내 국가 대계를 흔드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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