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노동조합이 정년퇴직자 증가로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2025년과 2026년 노조 간부 상여금 등 임금 미지급액이 28억1300만원에 달한다”고 공개했다. 굴지의 대기업 노조에서 돈이 없어 전임자 임금을 체불하는 이례적인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방만 운영 탓이라는 내부 비판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노조가 그동안 직무급제 도입, 노동시간 유연화 등 노동 구조 개혁을 막아선 게 조합원 감소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지적이다.
기아의 경우 매년 정년퇴직으로 1000명 안팎이 회사를 떠나는데 신규 채용은 300~500명에 그친다고 한다. 실제로 기아 노조 조합원은 2015년 3만1081명에서 2025년 2만5812명으로 10년 새 17%나 감소했다.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고 생산라인 조정 등 경영 판단까지 간섭하며 번번이 발목을 잡는 노조에 기업이 공장 자동화로 대응한 결과다. 현대차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3년간 노조원이 연평균 1300명 가까이 줄어들었다. 신사업 분야 연구개발(R&D) 직군 등을 중심으로 전체 정규직 인원은 늘어났는데, 생산직이 대다수인 노조는 오히려 쪼그라든 것이다.
현대차 노조는 얼마 전 “노사 합의 없이 단 한 대의 로봇도 현장에 들어올 수 없다”고 밝혀 물의를 일으켰다. 현대차가 2028년부터 미국 조지아주 공장에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투입 계획을 밝힌 데 대한 반발이었다. 경쟁사인 미국 테슬라가 이미 생산라인에 로봇을 투입하고 중국 샤오미가 근로자가 거의 없는 ‘다크팩토리’에서 전기차를 생산하는 현실에는 눈감고 기득권 사수만 외친 것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노조와 근로자들의 고용은 더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기아 노조는 간부 임금 체불 해소를 위해 회사에 특별성과급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한다. 투쟁 일변도의 경직적인 노동운동 방향을 바꾸거나 과도한 노조 전임자를 줄이는 등 자구 노력은커녕 회사에 손부터 내밀겠다는 것이다. 이런 식이면 기업에 로봇 도입을 재촉하는 일등공신은 노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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