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사기 매점매석 금지…공급망 위기 심각성 일깨운 단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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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6.04.14 17:24 수정2026.04.14 17:24 지면A31

정부가 주사기 사재기를 막겠다며 매점매석 행위를 금지하는 고시를 발령했다. 황당한 소식이지만 현실이다. 의료기기 판매 사이트에는 ‘품절’ 공고가 올라온 지 오래다. 주사기와 주사침, 수액 세트의 입고 지연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중동 사태로 원료인 나프타 공급이 흔들리자 사재기와 가수요가 현실화했기 때문이다.

의료계 현장 상황도 아슬아슬하다. 중대형 병원은 2~3주 재고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고 하지만, 끝단에 있는 일반 의원과 소비자는 주사기를 살 수 없는 게 현실이다. 1주일 전 정부가 “나프타를 의료제품 생산에 우선 공급하겠다”고 했지만 시장 불안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번 고시 발령은 국민 생명과 직결된 의료 현장의 소모품 공급까지 위협받고 있다는 경고 신호다. 정부가 합동 단속반을 가동하고, 위반 시 형사고발 등 사법처리까지 예고한 점도 사태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정부가 ‘투석 의원 핫라인’까지 가동하며 물량 배분에 관여할 정도다. 우리가 지금껏 당연히 누린 의료 서비스가 얼마나 취약한 공급망 위에 서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정부의 신속한 조치는 필요하지만, 품목별로 땜질 대응에 머무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에는 쓰레기봉투 사재기까지 벌어져 일부 편의점과 마트에서 동이 나거나 낱개 판매 제한을 두기도 했다.

전쟁과 봉쇄가 길어질수록 공급망 위기는 특정 품목에 그치지 않는다. 이번엔 의료 소모품이지만 플라스틱과 스티로폼 등 생활용품은 물론 산업 필수재로 번질 수 있다. 과거 요소수 사태, 마스크 대란과 같은 사회적 혼란이 다시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전시체제에 준하는 공급망 관리다. 정부는 어떤 품목이 국민 생명과 산업 유지에 필수적인지 우선순위를 정하고 원료 배분과 비축, 공동 공급, 대체 조달 체계를 미리 갖춰야 한다. 근거 없는 불안이 사재기를 부추기지 않도록 정확한 공급 상황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품목별 응급 처치를 넘어 국가 차원의 공급망을 재설계하는 것이다. 위기 때마다 사재기 금지와 현장 단속, 물량 배분으로 급한 불을 끄는 식으로는 반복되는 혼란을 막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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