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9일 1박 2일의 북한 방문을 마치고 귀국했다. 시 주석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각각 “새로운 역사적 출발점” “관계 발전의 새로운 장”이라며 북-중 관계의 격상을 강조했다. 두 정상은 양국의 주권과 안전을 지키는 문제에서 “만족한 견해 일치”를 이뤘다고 북한 매체는 전했다. 특히 시 주석은 “군대 분야의 교류 강화” 의사를 밝혔다고 중국 매체가 보도했다. 하지만 양국 발표에서 북핵과 한반도에 대한 언급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북-중 회담에서 ‘비핵화’ 단어가 사라질 것은 예상됐던 일이다. 이미 지난해 9월 김정은의 베이징 방문 때도 이전 다섯 차례의 정상회담에서와 달리 ‘비핵화’는 자취를 감췄다. 이번에 시 주석 방북을 앞두고 김정은이 새로운 핵시설을 보란 듯 시찰하고 여동생을 내세워 “핵보유국 지위는 절대 불퇴”라고 못 박은 상황에서 시 주석도 ‘운명을 같이하는 친선 이웃’에게 불편한 얘기를 공개적으로 꺼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나아가 이번 회담에선 ‘조선반도’ ‘반도 문제’ 같은 한반도 문제까지 사라졌다. 9개월 전 중국 측 발표에는 시 주석이 “조선반도의 평화·안정 수호를 위해 힘쓸 용의가 있다”고 밝히고 김정은이 “중국의 공정한 입장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런데 이번엔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정책에 맞추기라도 한 듯 남북을 아우르는 ‘반도’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
물론 ‘핵’과 ‘반도’의 실종이 곧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 인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중국 외교부는 8일 브리핑에서도 “정책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북한의 압박성 시위에 핵 문제 언급은 일단 피하고 있지만 그간 견지해온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폐기한 게 아니라는 뜻을 밝힌 것이다.미중 패권 경쟁 속에 중일 갈등이 격화하는 요즘, 중국은 북한을 미일 견제 카드로 활용하는 한편 향후 북-미 협상의 중재자 역할도 염두에 두고 복잡한 계산을 하는 듯하다. 하지만 중국의 북핵 침묵은 북한의 오판과 국제사회의 우려를 부를 뿐이다. 중국은 불량국가에 끌려가는 ‘위험한 비호국’이 아니라 어떻게든 설득해 대화로 끌어내는 ‘책임 대국’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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