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동 전쟁은 멈췄지만 '호르무즈 청구서' 남긴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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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넘게 이어진 미국·이란 전쟁의 비용 청구서가 세계로 날아들 전망이다. 전격적인 종전 합의로 호르무즈해협의 빗장이 다시 풀린다는 소식은 글로벌 경제에 분명 호재지만, 안도만 하기에는 합의 내용이 심상치 않다.

양국이 체결한 양해각서(MOU)에는 60일 휴전 연장과 호르무즈해협 재개방, 후속 핵협상, 조건부 제재 완화 등이 담겼을 뿐 이란 핵 처리와 탄도미사일 문제는 뒤로 미뤄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위대한 승리”라고 했지만 미 언론조차 ‘미국의 패배와 후퇴’라고 평가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비용이다. 이란 재건을 위한 최대 3000억달러 규모 투자펀드 설립 구상과 함께 한국과 일본의 참여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여기에 호르무즈해협 통행료 논란까지 불거졌다. 미국은 60일간 통행료 없는 개방을 내세울 뿐이다. 그 이후의 비용 부과 여부는 불분명하다. 이란은 통항 수수료 징수권이 인정됐다며 이는 항행 안전을 위한 ‘서비스료’라고 주장하고 있다. 생색은 미국이 내고, 비용과 리스크는 에너지 소비국이 떠안는 합의다.

이는 단순히 비용의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 에너지 공급망의 길목인 이곳의 자유항행 원칙이 흔들리면 국제 해상질서 전체에 위험한 선례가 남는다. 오늘은 호르무즈, 내일은 믈라카해협이 될 수도 있다. 에너지 가격과 물류비는 다시 상승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그 비용을 가장 크게 치를 나라 중 하나가 한국이다. 원유의 약 70%를 중동에서 들여오고, 대부분이 호르무즈해협을 지난다. 해운, 조선, 플랜트, 중동 건설 수주까지 모두 이곳의 안정과 직결된다.

전쟁이 멈춘 것은 다행이지만, 국제 안보 무대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 냉혹한 진리가 다시 한번 증명됐다. 정부와 산업계는 ‘안보 통행세’가 가져올 리스크를 냉정히 따져야 한다. 에너지 공급망 다변화와 전략적 비축 확대도 미룰 수 없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한반도 안보다. 북핵이라는 본질적 위협은 뒤로 미룬 채 이 같은 트럼프식 거래 외교가 언제든지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 경제와 안보 모두 철저한 전략적 대비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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