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패트 충돌’ 6년 7개월 만에 ‘슬로 1심’… 전원 유죄, 의원직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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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장에서 열린 정개특위 회의에서 선거제 개혁안 패스트트랙이 지정되자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4.30/뉴스1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장에서 열린 정개특위 회의에서 선거제 개혁안 패스트트랙이 지정되자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4.30/뉴스1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으로 기소된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 등 26명에게 모두 유죄가 선고됐다. 서울남부지법은 2019년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였던 나경원 의원과 황교안 당시 당 대표에게 각각 벌금 2400만 원과 1900만 원을 선고했다. 송언석 현 원내대표도 1150만 원 벌금형을 받았다. 다만 법원은 이들의 혐의 중 ‘국회 선진화법’ 위반에 대해선 의원직 상실형(벌금 500만 원 이상)을 선고하진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을 비롯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국회에서 물리력을 동원해 여야 4당 의원들의 입법 활동을 방해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2019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더불어민주당 등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공수처 신설을 위한 법안들을 패스트트랙에 올리려다 충돌이 빚어졌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법안 접수를 막으려 팩스 등 집기를 부수고, 다른 정당 의원을 사실상 감금하는 일까지 있었다. 곳곳에서 몸싸움이 벌어져 33년 만에 국회 경호권이 발동됐고 대못을 뽑는 ‘쇠지렛대’(일명 빠루)까지 등장했다. 선진화법 제정 이후 한동안 사라지는 듯했던 ‘난장 국회’ 그 자체였다.

나 의원 등은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저항권’을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다. 국회의원들이 실정법을 어겨 놓고, 힘없는 일반 국민이 헌법상의 중대한 기본권을 침해당했는데도 구제받을 수단이 전혀 없을 때 호소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인 ‘저항권’을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국회가 지난 과오를 반성하기 위해 여야가 만든 선진화법을 스스로 어겼고, 누구보다 법을 준수해야 할 의원들이 불법적으로 입법을 방해한 점은 죄책이 무겁다”는 법원의 지적을 의원들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의원직을 유지하게 됐다고 해서, 마치 면죄부를 받은 것처럼 착각해선 안 된다.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의원들은 여러 차례 검경 소환에 불응하고, 재판 기일 연기를 요구하며 시간을 끌었다. 그 결과 1심 판결은 사건 발생 6년 7개월 만에야 나왔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법무부 장관 시절 나 의원으로부터 공소 취소 요구를 받은 적이 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민주당도 충돌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민주당은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 선거법과 공수처법을 당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배제한 채 무리하게 밀어붙인 잘못이 있다. 1심 재판부도 “이 사건은 근본적으로 국회의 구성원들이 다양한 의사를 수렴하고, 대화와 타협, 설득을 통해 법을 만드는 성숙한 의정 문화를 갖추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정치 복원이 요원한 지금 상태라면 제2의 패스트트랙 충돌이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 이 사건은 여야 모두에 자성의 계기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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