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밤 가슴 쓸어내리게 한 신안 여객선 좌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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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8시 16분경 ‘쾅’ 하는 굉음과 함께 전남 신안 앞바다에서 승객과 선원 267명을 태운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가 좌초됐다. 제주에서 전남 목포로 향하던 이 여객선은 항로를 벗어나며 암초에 걸렸고 뱃머리가 무인도인 족도에 올라선 채 멈춰섰다. 이번 사고는 2014년 세월호 참사 지점에서 불과 50km가량 떨어진 곳에서 발생했다. 무사히 승객 전원이 구조됐지만 ‘세월호 참사’가 떠올라 온 국민이 마음을 졸여야 했다.

지금까지 해경 수사에 따르면 퀸제누비아2호 사고 원인은 항해사 과실로 추정된다. 사고 발생 지점인 신안 앞바다는 1000개가 넘는 섬이 모여 있어 비좁은 구간을 오가야 하는 곳이다. 이런 협수로 구간에선 자동항법장치를 끄고 항해사가 수동으로 배를 조종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항해사가 자동항법장치를 켠 채 휴대전화를 사용하다 변침 시점을 놓쳤다. 조타수인 외국인 선원은 이를 지켜만 봤고, 선원법상 협수로 구간에선 조종 지휘를 해야 할 선장도 조타실을 비웠다. 결국 사고 선박은 통상적인 항로에서 벗어나 족도에 좌초하고 말았다. 썰물로 펄이 드러나지 않았다면 대규모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어둡고 추운 밤바다에서 일어난 공포스러운 사고였지만 시민의식은 돋보였다. 해경의 구조 과정에서 승객들은 어린이와 노약자부터 함정에 태우고 구명조끼를 입고 질서 정연하게 차례를 기다렸다. 승무원들은 세월호 때와 달리 끝까지 배에 남아 승객들을 안내했다. 인근 어민들은 “세월호 생각이 났다”며 사고 지점에 어선을 이끌고 모였고, 승객이 전원 구조될 때까지 현장을 지켰다.

이번 사고를 보면 여객선들이 평소 자동항법장치에 의존하거나 조타실을 비우는 등 안전 지침을 반복해 위반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해상교통관제센터(VTS) 역시 세월호 당시처럼 신고가 들어오기까지 여객선의 항로 이탈을 파악하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는 ‘설마’ 하고 안전을 경시했던 감독 당국, 선사, 선원, 해경 등의 안일함이 쌓여 304명이 목숨을 잃은 비극이었다. 아찔했던 이번 사고로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의 안전의식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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