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생부' 예고하더니 결국…"이젠 무슨 낙으로 살아요" 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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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이 25년 된 장수 온라인 게임 '크레이지 아케이드' 서비스를 종료한다. / 사진=크레이지 아케이드 인게임 캡처

넥슨이 25년 된 장수 온라인 게임 '크레이지 아케이드' 서비스를 종료한다. / 사진=크레이지 아케이드 인게임 캡처

넥슨이 25년 된 장수 온라인 게임 '크레이지 아케이드' 서비스를 종료한다. 카트라이더, 버블파이터에 이어 크레이지파크 세계관의 출발점 격인 크레이지 아케이드까지 문을 닫게 되면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넥슨 캐주얼 게임 계보가 전환점을 맞게 됐다. 다만 넥슨은 게임 서비스 종료와 별개로 지식재산권(IP)은 다른 방식으로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넥슨은 지난 11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크레이지 아케이드를 오는 8월13일 오전 9시 종료한다고 공지했다. 2001년 9월 출시 이후 약 25년 만이다. 그동안 서버 통합과 운영 정비는 여러 차례 있었지만, 서비스 자체를 종료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크레이지 아케이드는 물풍선을 설치해 상대를 가두는 단순한 규칙으로 폭넓은 이용자층을 끌어모은 게임이다. 방향키와 몇 개의 조작만으로 즐길 수 있어 초등학생부터 성인까지 부담 없이 즐겼다. PC방 문화가 확산하던 2000년대 초반 넥슨 캐주얼 게임 전성기를 이끈 대표작 중 하나다. 다오·배찌 등 넥슨을 상징하는 캐릭터도 이 게임에서 처음 등장했다.

'이익 하한선' 아래 장수 게임도 예외 없다

패트릭 쇠더룬드 넥슨 회장. / 사진=넥슨

패트릭 쇠더룬드 넥슨 회장. / 사진=넥슨

이번 서비스 종료는 넥슨이 올해 들어 본격화한 포트폴리오 재편 흐름과 맞닿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넥슨은 수년간 장수 라이브 게임을 다수 운영해 왔지만, 최근에는 수익성과 성장 가능성을 기준으로 사업 구조를 다시 짜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일본법인 회장에 오른 패트릭 쇠더룬드 회장은 지난 3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자본시장 브리핑에서 전체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시 들여다보고, 새로 정한 '이익 하한선'을 기준으로 게임을 선별하겠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일각에서는 '게임 살생부'라는 거친 표현이 등장하기도 했다. 그는 "이익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게임은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며 "일부 프로젝트에는 투자하고, 일부는 취소하거나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리 속도는 이미 눈에 띄게 빨라졌다. 카트라이더 원작은 2023년 서비스를 종료했다. 후속작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도 서비스 종료 절차를 밟았다. 크레이지 아케이드 IP에서 갈라져 나온 캐주얼 슈팅 게임 버블파이터는 오는 24일 17년 만에 서비스를 접는다. 여기에 크레이지파크 세계관의 뿌리 격인 크레이지 아케이드까지 더해진 셈이다. 넥슨의 2000년대 캐주얼 게임을 대표했던 일부 장수 타이틀이 잇따라 정리되는 흐름이다.

게임업계에서는 이번 결정을 단순한 노후 게임 정리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장기 서비스 게임은 안정적인 팬층을 갖고 있지만, 이용자 수가 줄어들수록 서버 운영, 보안 관리, 고객 대응, 업데이트 비용이 부담으로 남는다. 최근 게임사들이 신작 개발비 증가와 글로벌 경쟁 심화에 직면한 만큼, 오래된 게임을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 대비 효과를 더 엄격하게 따진다는 분위기다.

"IP는 살아 있다"…크아 세계관 활용 가능성

판교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진행된 넥슨코리아 강대현 공동 대표 기조강연 모습 / 사진=넥슨

판교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진행된 넥슨코리아 강대현 공동 대표 기조강연 모습 / 사진=넥슨

넥슨은 크레이지 아케이드 서비스 종료가 IP 폐기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강대현 넥슨코리아 공동대표는 지난 16일 넥슨 개발자 콘퍼런스(NDC) 2026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다른 방식으로 해당 IP 팬들이 즐길 수 있는 거리를 이어나가는 새로운 방식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게임 자체는 서비스가 종료되더라도 IP는 계속 살아 있고, 이어질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넥슨이 크레이지 아케이드 IP를 기존 PC 온라인 게임 형태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활용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크레이지 아케이드의 캐릭터 IP는 카트라이더, 버블파이터 등으로 확장된 크레이지파크 세계관의 핵심 자산이다. 게임 본편은 종료되더라도 캐릭터, 세계관, 이용자 창작 콘텐츠 등을 활용할 여지는 남아 있다는 얘기다.

강 대표는 메이플스토리 기반 창작 플랫폼 '메이플스토리 월드'처럼 크아 IP를 개방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략은 그렇게 생각해 주시면 될 것 같다"고 했다. 이용자가 직접 콘텐츠를 만들고 공유하는 플랫폼형 서비스나, 캐릭터를 활용한 신규 프로젝트 등이 대안으로 거론되는 배경이다.

다만 넥슨은 이번 종료 기조가 다른 클래식 IP로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는 선을 그었다. 강 대표는 추가 종료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그런 것들은 예정돼 있지 않다"고 했다.

"무슨 낙으로 사나"…추억 잃은 이용자들

넥슨이 25년 된 장수 온라인 게임 '크레이지 아케이드' 서비스를 종료한다. / 사진=크레이지 아케이드 인게임 캡처

넥슨이 25년 된 장수 온라인 게임 '크레이지 아케이드' 서비스를 종료한다. / 사진=크레이지 아케이드 인게임 캡처

서비스 종료 발표 이후 크레이지 아케이드 공식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은 종료를 아쉬워하는 글로 채워지고 있다. 단순히 즐기던 게임 하나가 사라지는 것을 넘어 어린 시절 추억의 공간이 닫힌다는 반응이 많다.

한 이용자는 "진짜 내가 할 줄 아는 게임은 크아밖에 없는데"라며 "크아를 없애면 저는 이제 무슨 낙으로 살아야 하냐"고 적었다. 또 다른 이용자는 "잘 가 나의 첫 게임"이라며 유년기를 함께한 게임을 떠나보내는 아쉬움을 남겼다. "어릴 적 살던 동네가 재개발한다고 철거되는 모습을 보는 것과 비슷하려나"라며 상실감을 표현한 글도 올라왔다.

지금까지 크레이지 아케이드를 붙잡고 있는 이용자 상당수는 과거의 초등학생이 아니라 구매력을 갖춘 성인이다. 이 때문에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유료 구독제', '서버 후원제' 등의 제안도 잇따랐다. "기꺼이 지갑을 열 테니 게임은 없애지 말아달라"는 취지다.

넥슨은 서비스 종료 전까지 '굿바이 크아! 감사 이벤트'를 열고 경험치와 게임 재화인 루찌 획득량을 상시 10배로 늘린다. 유료 결제 상품에 대한 환불 절차도 마련했다. 환불 신청은 9월 16일 오후 11시 59분까지 받으며, 대상 금액은 10월부터 넥슨캐시로 순차 지급된다. 환불 대상은 구매 시점과 아이템 사용 여부 등에 따라 달라진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오래된 온라인 게임은 이용자가 줄어도 서버 운영과 보안, 고객 대응 비용이 꾸준히 들어간다"며 "수익성 기준이 높아진 상황에서 동시접속자가 적은 장수 게임을 계속 유지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크아는 캐릭터 자산이 남아 있어 서비스 종료 이후에도 IP 활용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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