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맥 매카시 ‘모두 다 예쁜 말들’ 중
어쩌면 터전에 대한 열망도, 그 열망을 실현하기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지는 자유도 한낱 환상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 근대화가 끝난 미국의 1940년대에 존이 꿈꾸던 카우보이의 낭만적 삶을 위한 공간은 이미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소설의 결말에서 존은 모든 것을 잃고 자신이 떠났던 마을로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다.
환상은 삶과 무관한 신기루 같은 것이 아니다. 집이나 나무나 음식처럼 우리 삶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실재다.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이 도무지 해내기 어렵다고 느낄 때 정말 필요한 것은 바로 그 환상일 수도 있다. 비극적 결말을 알고 있음에도,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는 존의 모습이 내게 여전히 어떤 울림을 주는 이유다.
강보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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