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포 바다가 골목 안으로… 남가좌동 예술가들의 포차[김도언의 너희가 노포를 아느냐]

1 week ago 9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맹순이포차’의 ‘총알 오징어찜’. 한 접시에 2만5000원. 김도언 소설가 제공 김도언 소설가 맛있는 집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입소문으로 전해진다.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의 작은 포차를 알게 된 것도 그랬다. 싱어송라이터이자 화가이면서 까다로운 미식가인 ‘뉴욕물고기’(본명 김종윤)가 “거긴 꼭 한번 가봐야 해”라며 여러 번 권한 집이다. 그의 추천은 빗나가는 법이 없다. 남가좌동은 묘한 동네다. 신촌과 홍대, 마포가 지척이고 교통도 편리하지만 집값은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하다. 덕분에 화가와 음악가, 작가, 사진가, 디자이너, 프리랜서들이 오래전부터 터를 잡고 살아왔다. 화려한 번화가처럼 자신을 과시하지도, 그렇다고 지나치게 옹색하지도 않은 적당한 온도를 가진 동네다. 이런 곳에는 동네 사람들의 사랑방 같은 술집이 하나쯤 있기 마련이다. ‘맹순이포차’가 바로 그런 곳이다. 이 집은 마흔일곱 살 형과 두 살 터울의 동생이 함께 운영한다. 형은 주방을 맡고, 동생은 홀에서 손님을 맞는다. 형제끼리 장사하면 오히려 힘들지 않으냐고 물었더니 둘 다 웃는다.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 손발이 척척 맞는 것이 장점이다. 물론 서로에게 거는 기대가 큰 만큼 가끔은 서운할 때도 있지만, 어느새 10년 넘게 이 집의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처음에 형은 이곳에서 튀김 등을 팔았다고 한다. 그러다 해물주점으로 업종을 바꾸기로 마음먹었다. 마침 동생의 장모가 옛 삼천포(경남 사천시)에서 이름난 포차를 하고 있었다. 형은 아예 삼천포로 내려가 해산물 손질부터 요리까지 하나하나 배웠다. 칼질과 손질법, 익히는 시간과 양념의 균형까지 몸으로 익힌 뒤 서울로 돌아왔다. 그래서인지 이 집 음식은 서울에서 흔히 접하는 술안주와 결이 다르다. 해물모둠과 해삼, 멍게, 산낙지, 뿔소라 숙회, 갑오징어 숙회, 총알 오징어찜, 볼락구이, 골뱅이무침, 알탕, 꽃게탕까지 대부분의 메뉴가 해산물 요리다. 메뉴는 철에 따라 바뀌기도 한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화학조미료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극적인 양념 대신 원재료 본연의 향과 감칠맛을 최대한 살려낸다. 그러다 보니 입안에 오래 남는 것은 바다의 풍미다. 차려내는 음식을 하나하나 맛보다 보면 삼천포 바다가 남가좌동 골목 안으로 조용히 들어와 앉은 듯한 기분이 든다. 간판에는 ‘포차’라고 적혀 있지만, 음식만큼은 고급 요리주점 수준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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