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장 꿈꾸는 황소, 부침 견디는 붉은 소… 누가 주식시장 더 닮았나[양정무의 미술과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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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세장(불마켓)’의 두 얼굴 허가도 받지 않은 3.2t의 청동 황소 ‘블랙 먼데이’ 충격 뒤 희망 메시지… 불법 설치물에서 뉴욕 월가 상징 돼 거친 생명력 담긴 이중섭 ‘붉은 소’ 치열한 부침 속에도 포효하는 기운…매끄러운 황소보다 현실 닮아 있어 미국 뉴욕 월가의 명물 ‘돌진하는 황소’상. 아르투로 디 모디카의 작품으로, 금방이라도 돌진할 듯한 자세를 취해 강세장의 상징이 됐다. 뉴욕=AP 뉴시스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미국 뉴욕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맨해튼 월스트리트의 ‘돌진하는 황소’상앞에서 코나 뿔을 만지면서 잠시 재운(財運)을 빌거나 기념사진을 찍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직접 보면 생각보다 훨씬 크고 힘차게 보여 미국 자본시장의 활력을 상징한다는 말에 공감하게 된다. 하루 방문객이 수천 명에 이르고, 뉴욕을 상징하는 동물로 가장 유명한 이 황소상은 도시 미술의 성공 사례다.그런데 황소상이 자리 잡는 과정은 반전의 연속이었다. 이 조각상이 뉴욕시나 미 증권거래소에서 의뢰한 작품이 아니라 한 작가의 ‘게릴라 아트’로 시작했기 때문이다. 게릴라 아트는 공공장소에 돌발적으로 작품을 설치하거나 그림을 그려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비정규 현대미술의 한 형태인데, 이 황소상은 정확히 그 의미처럼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1989년 12월 15일 오전 1시 반경. 이탈리아 이민자로 뉴욕에서 활동하던 조각가 아르투로 디 모디카(1941∼2021)는 동료들과 함께 트럭을 이용해 3.2t이나 되는 거대한 청동 황소상을 뉴욕 증권거래소 앞에 내려놓는다. 불법 적치물이라 경찰이나 경비원의 눈에 띄면 안 됐다. 5, 6분 간격으로 순찰을 돈다는 것을 알았던 그는 4분 30초 안에 조각상을 내려놓고 떠나야 했다. 막상 현장에 도착했을 때 거대한 크리스마스트리가 먼저 자리를 잡고 있어 당황했지만, 다른 생각을 할 틈이 없어 트리 바로 아래 내려놓고 현장을 떠났다. 디 모디카는 설치 후 현장 주변에 남아 출근하는 금융인과 시민들, 그리고 관심을 갖고 찾아온 언론에 작품의 취지를 설명하는 전단을 나눠줬다. 또 이것이 뉴욕 시민을 위한 자신의 선물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증권거래소 측은 이를 즉각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당일 오후 조각상을 실어 퀸스에 있는 압류물보관소로 옮긴다. 그리고 조각가에게 벌금과 기타 제반 비용까지 물리고 사건을 마무리하려 했다. 1989년 경찰이 ‘게릴라 아트’로 세워진 황소상을 철거하는 모습을 담은 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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