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샤넬 백은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한 달 전인 2022년 4월 7일 김 여사에게 건네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우인성)는 당시 김 여사와 윤 전 본부장 사이에 당선 축하 인사가 오갔을 뿐 별다른 청탁을 하진 않아 김 여사에게 알선수재죄 적용이 안 된다고 봤다. 반면 24일 전 씨에게 중형을 선고한 같은 법원 형사33부(재판장 이진관)는 가방이 전달될 때 윤 전 본부장의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면서 유죄로 판단했다.
▷우인성 재판부는 샤넬 백이 의례적 선물일 뿐이라고 봤지만 당시 윤 전 본부장의 행보는 예사롭지 않았다. 가방 전달 보름 전인 그해 3월 22일 당선자 신분이던 윤 전 대통령과 1시간가량 독대해 통일교 추진 사업을 설명했다. 가방 전달 1주일 전에는 김 여사가 윤 전 본부장과 통화하며 “제가 (한학자) 총재님을 비밀리에 뵙고 인사드리겠다”면서 “전 씨와 의견 나눠달라”고 소통 창구를 정해줬다. 실제로 가방 전달 며칠 뒤 윤 전 본부장은 전 씨에게 “큰일을 도모할 게 있다”며 김 여사와의 만남을 요구했고, 유엔 제5사무국 유치 관련 청탁을 전달했다. 가방을 건넨 당일에는 청탁이 없었을지 몰라도 전후 상황을 보면 샤넬 백이 단순 호의 표시였을지 의문이다.
▷형사 법정에선 ‘의심스러울 땐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는 게 원칙이다. 김 여사와 전 씨가 받는 알선수재 혐의는 일반인이 공무원 업무를 알선하면서 뒷돈 받는 행위를 벌하는 죄이다. 이때 대가성은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게 대법원 판례다. 금품 수수 경위와 시기 등 전후 사정을 두루 살펴야 하고, 알선과 금품 사이에 포괄적 대가관계가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는 것이다.▷김 여사 재판부의 논리대로라면 이권 청탁에 앞서 ‘빌드업’ 목적으로 고가 선물을 하는 걸 용인하는 꼴이 된다. 일각에선 금품부터 먼저 바치고, 청탁할 땐 빈손으로 가라는 법원 가이드라인이 나온 것이란 비아냥도 나온다. 김 여사가 샤넬 백 받은 사실을 재판 막바지까지 부인하고 관련자들에게 허위 진술을 지시한 것만 봐도 당사자들끼린 이심전심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걸 알았다는 얘기가 아닐까. 이해관계로 얽힌 사람들 사이에서 802만 원짜리 공짜 선물이 있을 리 없다는 걸 판사들만 모르는 건지 궁금하다.
신광영 논설위원 n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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