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이번 이용권은 불편함의 삼박자를 다 갖췄다. 사용처가 제한적이고, 쓰기 까다로운 데다, 유효기간도 짧다. 쿠팡과 쿠팡이츠에선 각각 5000원씩만 쓸 수 있다. 그나마 한 번 결제할 때 다 못 쓰면 남은 금액은 포기해야 한다. 나머지 4만 원은 사람들이 잘 모르던 쿠팡 트래블과 명품 플랫폼 알럭스를 찾아가 용처를 확인해야 한다. 쿠팡 트래블에선 원래 치킨이나 커피 등의 기프티콘도 판매하는데, 이번 이용권으론 결제가 안 된다. 몇십만 원짜리 숙소나 티켓을 살 때만 쓰도록 해 많은 사람들에겐 ‘휴지 조각’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3개월 내에 소진해야 해서 소비자들은 숙제하듯 까다로운 쇼핑을 해내야 한다.
▷이번 보상안은 쿠팡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매우 좋지 않을 때 나온 것이다. 3370만 명이 개인정보가 유출됐는데도 수장인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국회 출석을 거부했다. 그 대신 청문회에 나온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 임시대표는 “미국에선 법률 위반이 아니다” 등의 말로 국회의원들과 입씨름만 벌이다 갔다. 여기에 정보 유출자를 조사한 뒤 정부와 상의도 않고 기습 발표를 한다거나, 미국 정치권을 동원해 오히려 정부를 압박하는 모습은 소비자들의 실망감을 더 키웠다. 결국 ‘분위기 반전’ 카드로 보상안을 발표했는데, 그마저도 ‘고객 묶어두기’에 방점을 찍고 있었던 것이다.
▷진정성이 결여된 보상은 소비자들의 상처를 더 덧나게 하기 마련이다. 2021년 대규모 환불 중단 사태를 일으킨 머지포인트, 2016년 과다 수수료 징수 소송에서 진 미국 티켓마스터 등이 그랬다. 쿠팡의 5만 원 이용권도 그런 전철을 밟는 듯하다. 소비자들 중에는 쿠팡의 정보 유출 사태 자체도 심각하지만, 이후 대처 방식의 문제를 지적하는 이들이 많다. 10여 개 로펌이 모집한 공동 손해배상 청구소송 참여자만 현재 60만∼7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보상 쿠폰마저 소비자의 화를 돋우고 있으니 이 숫자는 더 늘어날지도 모르겠다.▷쿠팡이 국내 온라인 유통시장을 빠르게 장악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모든 종류의 물건을 가장 편하게 언제 어디서나 받아볼 수 있다는 편의성 덕택이었다. 그런데 정작 위기에 몰리자 자신의 정체성과는 정반대의 대책을 내놓고 있다. ‘쿠폰이 팡팡 쏟아진다’에서 이름을 지었다는 쿠팡이 소비자를 대하는 태도는 창립 초기에 비해 180도 달라진 것 같다.
김창덕 논설위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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