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 장례식’ [횡설수설/우경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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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혼상제(冠婚喪祭)에는 그 시대의 가치와 문화가 반영되기 마련이다. 취업과 독립이 늦어지며 성인식(冠)은 사라졌고, 혼인 건수가 줄면서 ‘공장식’ 결혼식(婚)은 보기 힘들어졌다. 제사(祭)를 지내는 집도 드물다. 성균관이 과일만 놓고라도 제사를 지내자고 권할 정도다. 하지만 상(喪), 유독 장례 문화는 더디게 변했다. ‘상주는 물값도 깎으면 안 된다’는 속설처럼 마지막으로 효를 다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3일장 관습이 공고히 남아 있다. ▷좀처럼 바뀌지 않던 장례 문화에도 ‘스몰 장례식’이라는 변화가 나타났다. 장례 업계에 따르면 ‘무빈소 장례’가 5번 중 1번꼴로 늘었다. 저출산 고령화의 영향이 가장 크다. 1인 가구가 800만 가구를 넘어섰다. 빈소를 지킬 상주가 없으니, 물리적으로 빈소를 차릴 여건이 되지 않는다. 장수를 누리고 돌아가신 분들은 조문객도 적다. 친구, 친지가 세상을 떠났거나 병상에 누워 있는 경우가 많다. 코로나19 유행 동안 온라인으로 조문하고 부의금을 보내는 문화도 정착됐다. ▷과거 상여를 메어 준 이웃과 먼 걸음을 한 조문객에게 음식을 대접한 데서 3일장이 유래됐다. 3일장을 치러본 유족들은 빈소를 차린 것인지, 식당을 차린 것인지 헷갈린다고 한다. 조문객과 맞절하고 식사 대접에 신경을 쓰다 보면 정작 고인을 기억하며 애도할 시간이 없다. 3일장을 마치면 슬픔을 추스르기도 전에 장례식장의 청구서를 받아 든다. 한국소비자원이 추산한 평균 장례 비용은 약 1400만 원. 이 중 식대가 80%를 차지한다. 빈소를 차리지 않으면 그만큼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어차피 조문객도 많지 않은데 가족끼리 조용히 고인을 기리는 시간을 갖는 편이 낫다고 한다. ▷자식들의 부담을 덜어주려 스스로 장례식을 준비하는 사람도 늘었다. ‘장례’ 희망을 미리 적어두는 것이다. 장례식은 어떻게 치를지, 부고는 누구에게 알릴지, 매장과 화장을 고르고 장지는 어디로 할지 등을 정해둔다. 영정 사진과 수의도 준비하고, 통장 등 서류도 정리한다. 자식 된 도리를 한답시고 허례허식으로 흐르지 않도록 사전에 결정권을 행사해 둔다. ▷죽음을 터부시하던 인식이 변하면서 생전 장례식도 새로운 장례 문화로 떠올랐다. 지난해 배우 박정자 씨가 꽃무늬 원피스에 빨간 구두를 신고 생전 장례식을 치러 화제가 됐다. 비록 영화 촬영을 곁들인 생전 장례식이었지만 실제 지인들이 참석해 그의 삶에 대해 회고하고 작별 인사를 나눴다. 박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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