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보다 공허함… 우리가 몰랐던 우울증의 얼굴[김지용의 마음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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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용 연세웰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우리는 누군가 우울하다고 말할 때 그 마음속이 온통 슬픔으로 가득 차 있으리라 짐작하곤 한다. 종일 울고 있는 사람을 우울증 환자의 모습으로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정작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실을 찾는 사람들에게 “지금 기분이 어떠한가” 물으면 “슬프다”는 답은 잘 나오지 않는다. 대신 “무슨 감정인지 잘 모르겠다” “마음속이 텅 빈 것처럼 공허하다”는 고백이 가장 흔히 돌아오는 말이다. 우울은 단순히 슬픔의 크기가 커진 상태가 아니다. 슬픔이 특정한 사건이나 상실에 대해 나타나는 일시적이고 자연스러운 감정 반응이라면, 우울(depression)은 말 그대로 뇌의 기분, 의욕, 사고 기능 전체가 밑으로 눌려(depressed) 있는 상태다. 슬픔은 고통을 유발한 원인이 해소되거나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레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우울 상태에서는 긍정적인 사건이 생겨도 눌려 있던 기분이 잘 끌어올려지지 않는다. 뇌의 기능 자체가 저하되면서, 과거를 돌아보면 후회만 남고 미래를 떠올리면 절망만 맴도는 부정적 사고의 악순환에 빠진다. 환자분들이 자신의 감정을 한 단어로 간단히 설명하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마음속에서 슬픔뿐만 아니라 불안, 공허함, 무가치감, 죄책감, 자기혐오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데다 감정을 인식하는 뇌의 기능마저 저하되어 있기 때문이다. 요즘 소셜미디어에선 ‘겪어보니 진짜 우울증은 이렇더라’, ‘이런 모습이 나타나면 진짜 우울증이 아니다’ 등 우울증이란 질병을 단편적으로 설명하고 판단하는 쇼츠 영상과 짧은 글들이 많이 돌아다닌다. 하지만 우울증은 그 발현 양상이 정말 복잡하고 스펙트럼이 매우 넓은 질병이다. 전형적인 멜랑콜리형 우울증은 깊은 슬픔을 동반하지만, 불안형 우울증은 극심한 초조함과 불안이 특징적이다. 좋은 일을 접하면 일시적으로 기분이 좋아지는 비정형 우울증도 존재한다. 따라서 누군가 금방 밝게 웃는다고 해서, 의욕 있는 모습을 순간 보여줬다 해서 ‘우울증이 아니네’라고 단정 짓는 것은 우울의 다양한 얼굴을 보지 못한 오해다. 그렇다면 우리는 주변의 우울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해야 할까? 흔히 건네는 ‘힘내라’ 등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조언은 분명 필요하고 좋은 말들이지만, 경솔한 위로가 되기 쉽다. 힘내고 싶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싶지만 그게 되지 않아 고통스러운 상태에 빠져 있는 당사자에게 실망감과 절망감만 안겨줄 수 있기 때문이다. 우울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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