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여름은 평등하지 않다

3 weeks ago 3

올여름 도시는 더 많은 경고를 받고 있다. 폭염중대경보가 새로 도입됐고, 열대야주의보와 극한호우 긴급문자도 이어지고 있다. 위험을 더 빨리, 더 촘촘하게 알리기 위한 변화다. 그러나 정교한 알림이 곧 안전한 도시를 뜻하지는 않는다. 재난문자는 위험을 알려줄 뿐, 달궈진 도로를 식히거나 쏟아진 빗물의 흐름을 늦추지는 못한다.장마 뒤에 폭염이 오던 익숙한 순서가 흐트러지고 있다. 비는 짧은 시간에 한곳으로 집중되고, 그 사이사이 폭염이 파고든다. 비와 더위가 예측하기 어려운 간격으로 반복되는 여름은 도시를 더 위태롭게 한다. 문제는 경고의 속도가 아니다. 도시가 여전히 뜨겁고, 비가 오면 물이 곧장 낮은 곳으로 몰리는 구조다.달라진 여름 앞에서 도시가 흔히 내놓는 답은 더 큰 배수 시설과 더 강한 냉방이다. 둘 다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한꺼번에 쏟아진 빗물은 관을 넓혀도 미처 빠져나가지 못하고, 에어컨은 실내를 식히는 만큼 그 열을 거리로 밀어내 바깥을 더 덥게 만든다. 결국 필요한 것은 열을 낮추고 물의 속도를 늦추는 일이다. 이것을 하지 못하면 도시는 경고를 더 자주 받으면서도 같은 피해를 반복한다.그 일을 해내는 것이 녹색 기반시설이다. 나무 그늘은 한낮의 노면 온도를 최대 19도까지 낮춘다는 연구가 있다. 흙과 빗물정원, 투수성 포장은 스펀지처럼 빗물을 머금어 도로로 쏠리는 물을 현저히 줄인다. 공원과 습지는 불어난 물을 잠시 붙잡았다가 시차를 두고 내보낸다. 그만큼 배수관이 용량을 넘겨 역류할 위험도 낮아진다. 물길은 물을 흘려보내는 통로에 그치지 않는다. 청계천처럼 되살아난 물길은 한여름 열기를 누그러뜨리고 사람이 머물 자리를 만든다. 가로수와 띠녹지까지 이어질 때 도시는 비로소 그늘과 물길을 갖춘다. 조경은 여기서 도시를 지탱하는 방식 그 자체다.그러나 이 작동 구조는 도시 어디에나 균등하게 깔려 있지 않다. 침수는 반지하와 저지대에 먼저 닿고, 폭염은 그늘이 드문 동네를 더 오래 달군다. 뙤약볕 아래 일하는 사람, 그늘 없는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노인, 냉방이 약한 집에 머무는 사람에게 여름은 불편이 아니라 위험이다. 같은 온도와 같은 비도 어디에 사는지, 어떤 길을 걷는지, 쉴 그늘이 있는지에 따라 완전히 다른 위험이 된다.경보는 모두에게 울리지만, 그늘과 물길은 모두에게 주어지지 않는다. 이것이 여름 도시의 불편한 진실이다. 담장 안에 정원을 들이고 단지 안에 녹지를 누리는...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