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문재인 정부 때 더불어민주당은 ‘보유세 실효세율’이라는 국제 비교에 적합하지 않은 지표를 이용해 “한국의 보유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상당히 낮다”고 판단했다. 이에 근거한 부동산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의 무리한 인상은 당시 서울시장과 정권 교체의 중요한 요인이 됐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 결과에 부동산세가 미친 영향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보유세 실효세율은 보유세를 부동산 자산가치로 나눈 값이다. 언뜻 ‘실효’라는 용어에서 객관적이고 실용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고, 국제 비교에서는 치명적인 한계를 지닌다. 그 이유는 분모인 부동산 자산가치 자체를 산정하는 국가도 많지 않지만, 산정한다고 해도 국가마다 완전히 다른 기준으로 계산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방정부별 시가평가를 사용하고 영국은 시가 자체를 과세 기준으로 삼지 않는 밴드제를, 프랑스는 실제 가격 기준이 아니라 임대 가치 기준을, 독일은 오랫동안 과거 기준가격을 활용해 왔다. 한국은 공시가격 체계를 사용한다. 같은 주택이라도 과세 대상 기준가격은 국가마다 다르다. 과세표준이 서로 다른 나라들을 실효세율이라는 용어로 비교해 ‘한국 보유세는 OECD 평균 이하’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에 가깝다.
더구나 한국은 수도권 집중으로 인해 GDP 대비 부동산 자산 규모가 세계적으로 매우 큰 나라다. 자산 규모가 클수록 실효세율 계산의 분모는 커지고 수치는 낮아진다. 세금을 많이 걷어도 실효세율은 낮게 나올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OECD는 회원국 간 조세 수준을 비교할 때 실효세율을 공식 통계로 사용하지 않는다. OECD 조세수입 통계는 38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세목별 세수를 GDP 대비 비중과 총세수 대비 비중으로 비교한다. 부동산세 역시 ‘재산세 비중(taxes on property, % of GDP)’이라는 ‘GDP 대비 재산세’ 지표를 공식적으로 제공한다. 이는 국가마다 다른 자산평가 방식의 왜곡을 최소화하려는 목적이다.
더 중요한 것은 OECD가 부동산세를 볼 때 보유세만 따로 떼어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부동산 보유세뿐 아니라 거래세, 상속·증여세, 재산 이전세 등을 포함한 전체를 함께 본다. 이 기준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당시 한국의 부동산 세금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한국은 집을 살 때 취득세를 내고, 보유하면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부담하며, 팔 때는 양도소득세를 낸다. 한국은 OECD 국가 가운데서도 거래세 부담이 상당히 큰 나라에 속한다. 따라서 보유세만 분리해 “세금이 낮다”고 말하는 것은 국민이 실제로 부담하는 전체 세금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더 우려되는 것은 이런 통계 해석이 또다시 문재인 정부 시절과 비슷하게 현 정부에서도 정제되지 않은 부동산 증세 논리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시장은 거래세와 양도세 중과로 인해 매물 잠김과 거래 위축을 반복적으로 경험하고 있다. 여기에 보유세 인상까지 더해지면 시장에 나오는 주택이 줄어들고 공급은 위축된다. 피해는 무주택자와 실수요자에게 돌아간다.
부동산 세제의 목적은 징벌이 아니라 시장의 원활한 순환이어야 한다. OECD 다수 국가처럼 거래세를 낮추고 거래를 활성화하되, 보유세는 예측 가능하며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엇보다 세금은 공급 확대를 보완하는 수단이어야 하지 공급을 대신하는 정책이 돼서는 안 된다.
통계는 바른 기준으로 사용해야 한다. 특히 국제 비교는 그렇다.,국제기구조차 사용하지 않는 지표를 앞세워 부동산 증세의 억지 정당성 근거로 이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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