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 간편하고 가볍게 볼 수 있어… 처음부터 읽지 않아도 돼 ‘매력적’
1월엔 시와 친해지는 습관 들이고, 혼자 점심 먹는 날에는 ‘밥친구’로
12월엔 겨울 시와 한 해 돌아보길
● 휴대 간편하고 짧은 시간에도 읽기 좋은 시집
시가 단번에 이해되고 공감이 가면 좋겠지만 대부분 몇 겹의 장치를 해 퍼즐을 맞추듯 의미를 유추해야 합니다. 독자의 수고스러운 노력이 필요합니다. 제목은 어떤 의미인지, 알쏭달쏭한 표현은 왜 이렇게 돼 있는지, 시어의 의미는 무엇인지 생각하다 보면 ‘에이, 모르겠다’라며 책을 덮고 싶은 마음도 솟아납니다.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번’(김소월의 ‘가는 길’ 중에서) 용감하게 시를 읽어봅니다. 왠지 좋았던 문장에만 눈길을 줘도 좋고 두세 번을 반복적으로 읽어본 뒤 화자가 누구인지 생각해 보고 주어와 서술어를 연결해 의미를 찾아보는 것도 좋겠죠. 방탈출을 하는 것처럼 무슨 이야기인지 아리송했던 무지의 방에서 시어를 통해 열쇠를 찾고 이해의 공간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몇 차례 진행하다 보면 자연스레 시를 읽는 눈도 생깁니다. 무심코 넘어갔던 문장이 근사하게 반짝이는 경험도 하게 됩니다.마지막으로 시집은 필사하기에도 좋습니다. 시가 아무리 길어도 웬만하면 2쪽 이내에 마무리되는 편이기 때문에 필사를 하고 싶을 때 귀퉁이를 접어뒀던 시를 노트에 옮겨 적어 보는 것도 즐거운 취미가 될 것입니다. 여러 작가의 시를 읽기보다 한 작가의 시집 한 권을 읽는 게 시인의 시 세계를 만나기 더 좋기 때문에 시집을 권합니다.
어떤 시집을 고를까 고민이 된다면 시집 전문 서점인 ‘위트 앤 시니컬’에 가서 서점 대표인 시인 유희경 씨가 추천하는 시집을 고르는 것도 좋습니다. 1953년부터 운영된 동양서림 2층에 있는 곳이니 유서 깊은 곳을 탐험하는 기분도 느낄 수 있지요. 청소년이라면 청소년 시집을 선택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지난해 창비청소년시선 10주년이자 50번째 시집 기념으로 특별 시집인 ‘도넛을 나누는 기분’(김소영 외)을 출간했습니다. ‘창비교육’에서 나오는 50권의 창비청소년시집 중 한 권을 고르는 것도 좋은 시작점이 될 것입니다.
● 매달 한 권씩 올해 읽으면 좋은 시집 12권 서점 시집 코너에 가면 얇은 시집이 빼곡하게 꽂혀 있어서 도무지 어떤 책을 골라야 할지 감이 안 올 수 있습니다. 새해를 맞이해 시집 12권을 추천합니다.1월부터 읽으면 좋은 책을 함께 살펴볼까요. 1월에는 시와 친해지는 씨 뿌리기를 해보는 기분으로 ‘시 읽는 법’(김이경, 유유출판사)을 추천합니다. ‘시와 처음 벗하려는 당신에게’라는 표지 인사처럼 첫 인사로 알맞은 책이 돼 줄 것입니다. 2월에는 청소년 시선 중 ‘마음의 일’(오은, 창비)이 어떨까요. 새해가 시작됐지만 2월에는 아직 버둥거릴 게 분명하니 편하고 따스한 시집이 좋겠습니다. 3월엔 가수 김창완 씨가 출간한 동시집도 좋겠습니다. ‘무지개가 뀐 방이봉방방’(문학동네)은 그림도 예쁘고 노래가 들리는 듯한 시로 상큼한 봄날을 맞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
2, 3월 워밍업으로 한결 시집이 가까워졌다면 4월부터는 묵직한 시를 들춰봅시다. 슬픔과 아픔을 언어로 정교하게 표현한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진은영, 문학과지성사)를 읽으면 슬픔의 언어가 독자를 얼마나 보듬어 줄 수 있는지 체감할 수도 있겠습니다. 5월에는 ‘마중도 배웅도 없이’(박준)가 좋겠습니다. ‘글을 정갈하게 다듬는 데 진심이군요!’라는 말이 튀어나오는 시집이라 마음에 꽤 오래 남을 거예요. 6월은 ‘혼자 점심 먹는 사람을 위한 시집’(한겨레출판)을 들고 다니며 혼밥을 할 때마다 야곰야곰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7월이 됐어요. 드디어 여름이 시작되는군요. 이럴 때는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안희연, 창비)이 제격입니다. 단단한 사람을 만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8월은 이열치열의 마음으로 ‘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한 적’(이병률, 문학과지성사), 9월은 성찰을 돕는 시집인 ‘당신을 알기 전에는 시 없이도 잘 지냈습니다’(류시화, 수오서재)가 좋겠습니다. 10월과 11월에는 반가운 시인의 최근 시집인 ‘민들레 솜털처럼’(이해인, 마음산책)과 쓸쓸함이란 무엇인지 곱씹게 하는 ‘어떤 슬픔은 함께할 수 없다’(손택수, 문학동네)를 추천합니다. 12월은 ‘폭설이었다 그다음은’(한연희, 아침달 시집)으로 겨울 시의 세계로 들어가 보세요. 그리고 내년 이맘때 함께 외쳐요. “2026년에 나는 시집을 읽었어!”
조현정 세종과학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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