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외국인 투자기업은 최근 노동조합에 속한 협력회사 직원을 직고용하려다가 포기했다. 비용이 더 들어가는 것은 회사가 감수하기로 했다. 그런데도 없던 일이 됐다. 근무지 변경을 원치 않는 일부 협력사 직원이 반대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 대표 A씨는 이 상황을 설명한 뒤, 한국 특유의 노사문제를 미국 본사에 설명하는 게 가장 어려운 숙제라고 말했다. 매년 임금·단체협약 협상을 해야 하고, 그때마다 과도한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노조, 직고용을 마다하는 협력사 직원. 글로벌 기업 경영진이 이를 납득하기 어려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직고용 뒤 반복되는 현장 갈등
포스코가 협력사 직원 7000명을 직고용하겠다고 발표한 지난 8일 이후 벌어진 일도 마찬가지다. 15년 넘게 이어진 불법파견 논쟁을 마무리하고 고용 안정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의 결정이었지만, 예상과 완전히 다른 일들이 벌어졌다. 금속노조 산하 포스코하청노조를 비롯한 일부 하청업체 노조는 직무 간 차별을 하지 말고, 모든 협력사 직원을 직고용하라며 반발했다. 반대로 직장인 커뮤니티에는 “이럴 줄 알았으면 취업 준비를 열심히 하지 말 걸”이라는 포스코 직원의 자조 섞인 불만이 올라왔다.
낯설지 않은 장면이다. 현대제철은 2021년 자회사를 세워 협력사 직원 약 7000명을 직고용했다. 국내 제조업 사상 최대 규모의 직고용 사례였다. 비정규직 차별을 시정하려고 한 현대제철의 결단은 뜻밖의 갈등으로 이어졌다. 직고용 대상에서 제외된 협력사 직원들이 “나도 포함시켜달라”며 소송을 이어가고 있어서다. 올해 초 고용노동부는 현대제철에 1200명을 추가로 직고용하라며 시정을 지시했다.
공기업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진 적이 있다. 2017년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비정규직 1900여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후 노노(勞勞) 갈등은 심해졌고, 청년 취업준비생의 반발이 거세졌다. 이른바 ‘인국공 사태’라는 이름으로 청년들이 공정성에 집착하는 계기로 작용하기도 했다. 현장의 부작용은 더 많다. 기업 노무 담당자들은 “정규직으로 전환된 이들이 기존에 하던 일을 거부해 다른 협력업체를 찾거나 파트타임 근로자를 채용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노사 균형 무너지지 않아야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은 어떨까. 중국에서 만난 알리바바그룹 고위 임원은 “35세만 넘어가도 언제든 회사를 떠날 준비를 해야 한다”고 했다. 성과가 없으면 고용은 더 이상 보장되지 않는 구조다. 경쟁이 치열한 만큼 보상도 확실하다. 중국 기업이 우리보다 더 유연한 고용 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방식이 다 옳다는 게 아니다. ‘996’(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 6일 근무)이라는 문화는 딥시크와 같은 중국 테크기업을 만든 배경으로 꼽히지만, 동시에 혹독한 근무 환경에 지친 청년이 늘어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근로자의 지위 개선은 중요하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원청과 하청 사이에 불필요한 차별이 있으면 안 된다. 노동시장 개선은 우리 사회의 중요한 과제다. 그렇다고 균형이 무너져선 안 된다. 공정성과 유연성은 서로 배타적인 개념이 아니라 함께 고려돼야 할 요소다. 한쪽으로 기운다면 갈등은 수년 뒤에도 반복될 수밖에 없다. 기업을 향한 노조의 압박이 반복되는 상황을 보면 한국 시장에 대한 평가를 낮추는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노동시장은 결국 균형 위에서 작동한다. 정당한 급여를 지급한다면 정규직이어야 할 필요가 없다는 젊은 층도 늘어나고 있다. 고용 형태보다 보상과 기회를 중시하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해답을 서두르는 게 아니라 그 균형을 다시 점검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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