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성착취물, 플랫폼에 ‘안전 책임’ 물어야[기고/정연주]

1 week ago 9

정연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유포 문제는 디지털 기술의 발달에 따라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주로 불법 콘텐츠를 신고받거나 탐지한 뒤 플랫폼에 삭제를 요청하고, 가해자를 수사·처벌하는 방식으로 대응해 왔다. 이러한 사후 대응도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수사기관이나 피해자 지원 기관이 불법 콘텐츠를 확인하더라도 실제로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계정을 차단할 수 있는 주체는 결국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한번 유포된 이미지와 영상은 여러 플랫폼과 메신저, 해외 사이트, 불법 공유망으로 옮겨 다니며 반복적으로 재유포된다. 해시 기반 탐지나 인공지능(AI) 모니터링 기술도 도움이 되지만, 생성형 AI를 활용한 편집·합성으로 탐지를 우회하는 사례가 늘면서 삭제와 차단만으로는 피해 확산을 막기 어려워지고 있다. 이러한 한계 때문에 해외에서는 플랫폼을 단순한 정보 중개자가 아니라 이용자 안전에 책임을 져야 하는 주체로 보기 시작했다. 유럽연합(EU)은 디지털서비스법을 통해 초대형 플랫폼에 위험 평가와 위험 완화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영국은 온라인안전법으로 플랫폼에 아동 보호 의무를 부과하고, 방송·통신 통합 규제기관인 오프콤이 법 이행 여부를 감독한다. 호주도 온라인 안전 규제기관인 e세이프티를 중심으로 플랫폼의 책임을 강화해 왔다. 최근 미국과 EU, 호주에서 메타와 유튜브, X 등을 상대로 판결과 조사, 제재가 이어지는 것도 글로벌 플랫폼에 안전 책임을 묻는 흐름으로 볼 수 있다. 플랫폼 책임은 법률을 제정하거나 새 규제기관을 만든다고 해서 쉽게 강화되는 것은 아니다. 5월 호주 e세이프티는 X에 아동 성착취물 확산 방지 대책에 관한 자료 제출을 요구했지만 제대로 답변을 얻지 못했다. 이에 소송을 거쳐 법원이 X에 65만 호주달러(약 6억50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결과를 얻어냈다. 이 사례는 규제기관이 존재하더라도 글로벌 플랫폼으로부터 필요한 정보를 확보하고 실제 이행을 끌어내는 일은 별개임을 보여준다. EU에서도 메타의 미성년자 보호 조치에 대한 예비 판단이 내려졌지만, 최종 제재와 플랫폼의 대응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 결국 해외 사례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변화는 플랫폼의 자율적 대응을 기대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국가가 법과 감독체계를 통해 안전 책임의 이행을 요구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규제 대상에 포함하는 것과 실제로 책임을 이행하도록 만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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