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떼 칼럼] 별처럼 까마득했던 아트바젤 홍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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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떼 칼럼] 별처럼 까마득했던 아트바젤 홍콩

미술시장의 봄을 알리는 아트바젤 홍콩이 열렸다. 올해 2월, 아트바젤 카타르가 출범하며 글로벌 미술시장의 지각 변동을 예고했지만, 이란전쟁으로 중동 시장의 미래는 불확실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안정된 홍콩은 다시 한번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아트바젤 홍콩에는 9만1500여 명이 방문하며 팬데믹 이후 가장 안정적인 관객 규모를 보여줬다. 홍콩이 여전히 글로벌 컬렉터와 기관 그리고 미술계 관계자들이 집결하는 중심지임을 입증하는 수치다. 아트바젤 홍콩은 2018~2019년을 정점으로 팬데믹과 중국의 홍콩 통제 강화 정책으로 주춤했으나, 2022년부터 회복세를 보였다.

아트바젤 홍콩은 단순한 호황 이상이었다. 주목할 점은 거래 범위가 확장됐다는 데 있다. 과거에는 특정 가격대, 예컨대 한국에서는 약 3000만원대, 홍콩에서는 1억원에서 3억원대가 거래의 중심을 형성했다면, 이번 아트바젤 홍콩에서는 6000달러(약 900만원) 수준 작품부터 380만달러(약 56억3000만원)에 이르기까지 전 가격대에서 판매가 이뤄졌다.

특정 블루칩 작품이나 일부 고가 거래에 의존하는 구조가 아니라 중저가부터 고가까지 동시에 작동하는 다층적 시장으로 전환됐다는 얘기다. 또한 수묵화와 같은 전통 장르 기법이나 ‘제로(Zero) 10’에서 보여준 디지털 작품 등도 고르게 판매됐다. 한국 미술 시장은 특정 블루칩 작가 편중이 심한데 홍콩은 이런 다양한 작품을 통해 거래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이번 아트바젤 홍콩에서 나타난 또 하나의 특징은 한국 작가의 존재감 부각이다. 티나킴갤러리는 이신자 작가 작품을 판매했고 조현화랑은 박서보 김택상 이배 작가를 포함해 37점을 판매했다고 밝혔다. 최근 호암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연 김윤신 작가는 리만머핀과 국제갤러리를 통해 거래했으며, 지난해 테이트에서 대형 전시를 선보인 서도호 작가 역시 홍콩에서 높은 인기를 이어갔다.

젊은 작가들의 활약도 돋보였다. ‘인사이트’ 섹터에 처음 참여한 지갤러리의 우한나 작가, N/A의 우정수 작가는 부부가 나란히 아트바젤 홍콩에 입성했고, 제이슨함갤러리를 비롯해 데이비드 코단스키와 카를로스/이시카와에서 전시된 이목하 작가, 갤러리르롱과 에스더시퍼에서 선보인 전현선 작가까지 다수 작가가 글로벌 갤러리 네트워크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K팝과 K푸드에 비해 K아트의 위상이 낮다는 평가는 여전하지만 이번 아트바젤 홍콩에서 확인된 흐름은 다른 방향을 가리킨다. 2018년 주홍콩한국문화원과 한국화랑협회가 ‘홍콩 한국미술의 밤’을 열며 시장 진입을 모색한 시기와 비교하면 8년이 지난 지금 한국 작가들은 더 이상 주변이 아니라 시장 내부에서 작동하고 있다.

화이트큐브는 이번 아트바젤 홍콩 기간 홍콩과 서울에서 동시에 엘 아나추이 전시를 선보였다. 가고시안, 하우저앤드워스, 데이비드즈워너와 함께 글로벌 최상위 갤러리로 꼽히는 화이트큐브가 서울과 홍콩 전시를 병행한다는 것은 서울 미술시장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서울에서 프리즈 서울과 KIAF가 동시에 열리며 아시아 미술시장의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 구도가 본격화했다.

홍콩은 더 이상 닿지 않는 별 같은 시장이 아니다. 서울과의 거리는 이미 상당히 좁혀졌다.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아트바젤 홍콩이 막을 올렸다. 홍콩에서 확인된 시장의 흐름이 서울에서도 이어질지, 그 결과를 지켜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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