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딜레마 ‘중국산 칩’ [횡설수설/김창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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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애플은 제조업체라기보다는 소프트웨어(SW) 기업이나 디자인 회사에 가깝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카메라 모듈 등 핵심 부품은 물론이고 이를 조립해 완제품을 만드는 것도 전 세계 협력업체들의 몫이다. 대신 품질 기준은 무자비할 정도로 깐깐하다. 아이폰 강화유리를 대체할 ‘인공 사파이어 글라스’를 개발하고도 애플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해 파산한 기업도 있었다. 애플 생태계에 들어가려면 바늘구멍보다 좁은 진입로를 통과해야 하는 것이다. ▷애플은 연간 30%대 영업이익률을 낸다. 브랜드 가치가 독보적으로 높기도 하지만, 협력업체들 간 경쟁을 유도해 납품 단가를 낮추는 ‘구매의 기술’ 덕분이라는 분석도 많다. 애플 공급망에서 “납품가는 애플이 정해주는 대로”라는 볼멘소리가 나올 정도다. 그런 애플마저 최근 위기감을 드러내고 있는 게 ‘칩플레이션’이다. 인공지능(AI)발 반도체 공급난에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1년 전보다 10배 이상 뛰면서 아이폰 원가도 덩달아 치솟은 것이다. ‘갑 중의 갑’이었던 애플이 이젠 ‘슈퍼 을’이 된 반도체 기업들의 비위를 맞춰주는 상황이다. ▷그냥 당하고만 있을 애플이 아니다. 애플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라는 메모리 반도체 ‘삼대장’을 대체하려 아직 기술 검증이 덜 끝난 중국 양쯔메모리(YMTC)와 창신메모리(CXMT)를 접촉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 내부에서 제동이 걸렸다. YMTC는 미 상무부의 ‘수출 통제 명단’에 올라 있고, CXMT도 곧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미 정치권의 초당적 압박도 거세다. 지난달 하원의원들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에게 중국 칩 구매 금지를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보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에게도 중국 칩 배제를 약속하라는 상원의원들의 편지가 도착했다. ▷반도체 가격은 광범위한 산업군에 영향을 미친다. 삼성전자만 하더라도 2분기 완제품 부문에서 8000억 원의 손실을 냈다. 옆 사업 부문으로부터 비싼 반도체를 사오니 스마트폰이나 TV를 팔아도 남는 게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PC, 가전, 게임기 등 정보기술(IT) 제품들은 물론이고 ‘거대한 전자장치’로 변모한 자동차도 영향권이다. 로봇 같은 미래형 제품들은 말할 필요도 없다. 세계 시총 1위 애플의 행보를 전 세계가 지켜보는 것은 칩플레이션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주요 참고 사례가 될 수 있어서다. ▷쿡 CEO는 이번 달 은퇴한다. 그는 지난달 말 4∼6월 기준 사상 최고 실적을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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