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슈팅하는 라민 야말(오른쪽)
2026 북중미 월드컵의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는 스페인이 사상 처음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은 카보베르데와 무승부에 그치는 이변이 발생했습니다.
스페인은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에서 카보베르데를 상대로 슈팅 27회를 기록하고도 득점 없이 0대 0으로 비겼습니다.
이날 강력한 전력을 갖춘 스페인은 로드리, 마르크 쿠쿠렐라, 가비, 페란 토레스, 페드리, 파우 쿠바르시 등 유럽 주요 리그에서 활약하는 주축 선수들을 대거 선발 명단에 올렸습니다.
하지만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전반전 내내 답답한 흐름이 이어졌습니다.
튼실한 수비벽으로 골문을 꼭꼭 걸어 잠근 카보베르데를 상대로 공격 템포를 좀처럼 끌어 올리지 못했고, 빈 곳을 파고드는 위협적인 움직임이나 빠른 공수 전환도 눈에 띄게 부족했습니다.
그나마 위협적인 장면은 전반 38분에야 나왔습니다.
페드리가 날카로운 슈팅을 때렸으나 카보베르데의 골키퍼 보지냐가 크로스바 위로 쳐내는 환상적인 선방을 선보였습니다.
비록 공격 전개 과정에서 오프사이드 깃발이 올라가 무효가 되긴 했지만, 40세의 나이에 월드컵 무대에 데뷔한 '베테랑' 보지냐의 진가가 돋보인 순간이었습니다.
전반 41분에는 스페인이 결정적인 기회를 놓치며 땅을 쳤습니다.
쿠쿠렐라가 머리로 떨궈준 공을 토레스가 골문 앞 불과 약 4m 남짓한 거리에서 강하게 찼으나 크로스바를 강타하고 말았습니다.
이어 흘러나온 공을 미켈 오야르사발이 감각적인 헤더로 연결했지만, 이마저도 보지냐의 손끝에 걸렸습니다.
보지냐의 눈부신 선방은 계속됐습니다.
4분 뒤 쿠쿠렐라의 낮고 빠른 크로스를 받은 토레스가 페널티 박스 안에서 골문 왼쪽 하단을 노리고 슈팅했지만, 보지냐가 몸을 날려 침착하게 막아냈습니다.
전반 추가시간 3분 코너킥 찬스에서 에므리크 라포르트가 시도한 날카로운 헤더마저 끈질기게 쳐내며 전반전 내내 이어진 스페인의 파상공세를 무실점으로 틀어막았습니다.
득점 없이 맞이한 후반전에도 스페인은 다소 조급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결국 루이스 데라푸엔테 스페인 감독은 후반 물 보충 휴식 직후 가비를 빼고 '신성' 라민 야말을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웠습니다.
지난 4월 햄스트링 부상으로 소속팀에서 일찌감치 '시즌 아웃' 판정받았던 야말은 이날 부상을 털고 처음 그라운드를 밟았고, 등장과 동시에 경기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가벼운 몸놀림으로 상대 수비진을 끌고 다니며 빈 곳을 창출하던 야말은 투입된 지 4분 만에 우측 측면에서 전담 수비수를 여유롭게 제친 뒤 마르코스 요렌테에게 패스를 찔러줬습니다.
이어 공을 건네받은 미켈 메리노가 곧바로 슈팅까지 가져갔으나 이번에도 보지냐 골키퍼가 큰 어려움 없이 막아냈습니다.
비록 득점으로 이어지진 않았으나 스페인 공격에 확실히 생기가 도는 장면이었습니다.
스페인은 후반 44분에도 결정적인 찬스를 맞았습니다.
다니 올모의 패스를 이어받은 미켈 오야르사발이 지체 없이 논스톱 슈팅을 날렸으나, 카보베르데 수비수 로페스의 환상적인 육탄 방어에 막혀 아쉬움을 삼켰습니다.
로페스는 골문으로 향하던 공을 몸을 돌려 등으로 막아내며 극적으로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습니다.
오히려 막판에는 카보베르데가 세트피스에서 위협적인 기회를 만들어내며 스페인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습니다.
코너킥 찬스에서 지네이 보르헤스가 절묘한 바운드 헤더 슈팅을 시도했지만, 우나이 시몬 골키퍼의 정면으로 향하고 말았습니다.
이로써 인구 52만여 명의 섬나라 카보베르데는 역대 처음으로 밟은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무적함대 스페인의 파상공세를 버텨내며 새 역사를 썼습니다.
아프리카 서쪽 대서양에 위치한 카보베르데는 15개의 섬으로 이뤄진 군도 국가로, 1986년 국제축구연맹(FIFA) 가맹국이 된 이후 2002년 한일 대회부터 월드컵 예선에 참가한 끝에 이번 2026 북중미 대회를 통해 역사적인 본선 진출과 첫 승점 획득의 기쁨을 맛봤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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