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5월 18일 쉬 전 사령관은 베이징군구 사령부의 긴급 호출을 받고 회의에 참석했다. 계엄령을 선포하기로 결정한 중국 지도부는 쉬 전 사령관에게 1만5000명의 병력을 계엄군에 합류시키라고 명령했다. 군이 출동해 톈안먼 광장을 가득 채운 대학생과 시민들을 무력으로 진압하면 유혈 사태가 벌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쉬 전 사령관이 “동의할 수 없다”고 하자 다른 회의 참석자들은 너무 놀라서 한동안 아무 말도 못 했다고 한다. 그는 사령관 자리를 뺏기고 재판에 넘겨졌다.
▷최근 유튜브에 공개된 비밀재판 동영상을 보면 그는 “시위는 무력이 아니라 정치적 방법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법정에서 말했다. “이 일(무력 진압)에 잘 대처한 군인은 영웅이 되고 잘못 대처하면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도 했다. 부당한 명령에 복종하는 대신 양심을 따르는 길을 택한 것이다. 2021년 타계한 쉬 전 사령관은 자신이 바랐던 대로 “정치적 격변기에 도덕적 용기를 지킨 사람”(영국 이코노미스트)이라는 등의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사례들이 있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안병하 전남경찰국장은 신군부의 발포 명령을 거부했다가 고문을 당한 뒤 후유증으로 숨졌다. 전남경찰청 안에는 ‘안병하 공원’이 조성돼 그를 기리고 있다. 12·12 쿠데타 당시 마지막까지 저항했던 장태완 전 수도경비사령관도 빼놓을 수 없다.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에서 계엄 해제 결의안이 가결될 수 있었던 것도 명령을 어기고 국회 진입을 거부했던 조성현 대령 같은 군인들의 힘이 컸다. 오랫동안 명예롭게 남을 이름들이다.▷반면 개인의 영달을 위해 또는 군인은 무조건 명령을 따라야 한다는 이유를 앞세워 부당하거나 불법적인 지시에 따른 이들도 적지 않다. 이런 사람들의 끝이 좋을 수는 없다. 12·12와 5·18에 동참한 군인들은 한때 출세 가도를 달리며 ‘영화’를 누렸지만 결국 법의 심판을 피하지 못했다. 12·3 계엄 당시 위헌·위법한 대통령의 명령을 좇아 군경을 출동시킨 군 사령관들과 경찰 수뇌부 역시 법정의 피고인석에 세워졌다. 하지만 법적인 처벌보다 무거운 처벌은 따로 있을지 모른다. “잘못 대처하면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는 쉬 전 사령관의 말은 이들에게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장택동 논설위원 will71@donga.com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

1 month ago
11
![[팔면봉] 계속되는 ‘쌍방울 변호인 특검 추천’의 餘震. 외](https://www.it.peoplentools.com/site/assets/img/broken.gif)
![[사설] 强日·反中 다카이치 압승, 중·일 격랑 대비해야](https://www.chosun.com/resizer/v2/B5C2CKC23FGUXOSRAVITA564PQ.jpg?auth=6dbcc791c8698cf0c48a7eb9dbfc701bdb5fcced76e671ca04a63af9232d475a&smart=true&width=960&height=649)
![[사설] 반도체, 韓 달아나는 속도보다 中 쫓아오는 속도가 빠르다](https://www.chosun.com/resizer/v2/BQ7L3A36PJE4TOJPAS26T4J7YY.png?auth=9a2161dc3826ff7b6d79f30ba1da2c2b86a416caff2cfee271a5cb6d2091a931&smart=true&width=750&height=528)
![[사설] “윤 어게인 선택하라” 압박 당하는 국힘 대표](https://www.chosun.com/resizer/v2/2QA2YSQ2OFMTNOTV5WSFFC7C24.jpg?auth=dbd32277348c0b959efc2dc6771edb1376c07fd9257987944cf739f524842c39&smart=true&width=3920&height=2652)
![[김대중 칼럼] 안보와 자존(自尊)의 갈림길](https://www.chosun.com/resizer/v2/MTDKY6RBAZATDIRJEBLQCLSYA4.png?auth=2cc39f03c48e568211272eb3d09a0ed91cbe3c14ce8ff5e9caf6a5139fed2363&smart=true&width=1200&height=855)
![[광화문·뷰] 쌀값 급등 반년, ‘먹사니즘’은 어디로 갔나](https://www.chosun.com/resizer/v2/ZL63CSKZAZBUPOQ4BOZTI7SLQ4.png?auth=d867c3f0e40b8902fed63d32fef8636396cc9cf1498dc1e2df7529e0e9ca3b3f&smart=true&width=500&height=500)
![[데스크에서] 위기의 K게임, 수출 족쇄 풀어라](https://www.chosun.com/resizer/v2/RGV4PVEC75AJZEXDYZTB2KI32A.png?auth=003e831691d3f58a3f5dcabb39ec43ba1ad9e34567ca82df4d89022d10b71355&smart=true&width=500&height=500)
![[이기호의 유머란 무엇인가] 한국이 발명한 ‘부장님 유머’… 웃다가 왜 짠해졌나](https://www.chosun.com/resizer/v2/LI23WUODSBHSDAR22XJP7INGRM.png?auth=f2ef748c5e916353e96f7f530615405016797accfb8cb53f305f7fa88d5ce6be&smart=true&width=500&height=500)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