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얼굴[내가 만난 명문장/박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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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진 민음사 문학1팀 과장 “스탠드 불빛을 옆얼굴로 받으며 시선을 아래로 떨구어, 속눈썹이 수척한 뺨에서 쉬고 있는 미색 나방처럼 보였다. 지아즈는 그런 표정이 부드럽고 애틋하게 느껴졌다.” ―장아이링 ‘색, 계’ 장아이링의 ‘색, 계’는 리안 감독의 영화 ‘색, 계’의 원작 소설이다. 영화는 배우 양조위(량차오웨이·이 선생 역)와 탕웨이(지아즈 역)의 열연이 화제를 모은 로맨스물이지만, 소설은 여성 주인공 지아즈의 심리 변화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영화의 장르가 ‘로맨스’라면, 원작은 ‘심리 소설’에 가깝다. 영화보다 소설이 더 좋다고 생각한 장면은 지아즈가 사랑에 빠지는 순간이다. 영화에서는 이 선생이 핑크 다이아몬드 반지를 선물하자 그의 사랑을 깨달은 지아즈의 마음이 요동친다. 하지만 소설 속에서 지아즈는 반지를 받고도 계속 갈등한다. 그때 그녀가 이 선생의 옆얼굴을 바라본다. 그는 앞으로 닥칠 일을 모른 채 자기 생각에 잠겼는데, 지아즈는 그 무방비한 옆얼굴에서 문득 애틋함을 느낀다. 수척함, 부드러움, 애틋함…. 누군가를 좋아할 때 우리는 그를 연약하고 부드러운 존재라고 느낀다. 그게 비록 정치 거물 이 선생 같은 사람일지라도. 나에게는 만난 지 이십 년 넘은 친구가 있다. 언젠가 동생이 그 친구와 가장 잘 맞는 점이 뭐냐고 물었는데, 대답할 수 없었다.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것이다. 다만 나는 중학생 시절 어느 시험 기간에 밤을 새우고 머리를 감지 않은 채 학교에 온 그녀가 시험지를 들고 이리저리 기웃거리던 모습을 기억한다. 산발한 머리에 삐뚤어진 안경. 흐트러진 모습이 귀여웠다. 우리 옆얼굴에는, 눈 마주치며 웃어 보이는 친절이 배어 있지 않다. 무방비하고 무심하다. 진짜에 가깝다. 그래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자주 옆얼굴로 기억되는 것이 아닐까. 박혜진 민음사 문학1팀 과장©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좋아요 0개 슬퍼요 0개 화나요 0개 지금 뜨는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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