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김재영]“일단 해보고”의 치명적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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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논설위원 정책의 부작용은 서서히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당장은 달콤한 듯 보여도 시장 왜곡이나 펀더멘털 훼손 같은 청구서는 정부가 바뀌거나 정책을 주도한 관료들이 자리를 떠난 뒤에야 날아온다. 특정 목표 달성을 위해 무리하게 정책을 밀어붙이려는 유혹에 쉽게 빠지는 이유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사태는 부작용이 즉각적이고 파괴적으로 나타난 이례적 사례다. 5월 27일 출시 이후 이달 6일까지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57회나 발동되며 국내 증시는 거의 매일 심정지를 일으켰다. 외신에선 “한국이 투자 부적합 국가가 되고 있다”는 경고까지 나왔다. 국내 증시에 대한 신뢰가 순식간에 무너진 것이 무엇보다 뼈아프다.브레이크 없었던 ‘카지노’ 졸속 개장 1월 중순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금융위원회에 “나스닥에선 되는 걸 국내에선 왜 못 하게 하느냐”고 지시한 게 시작이었다. 지상과제였던 환율 안정을 위해 짜낸 안이었다. 국내에 도박판 열어줄 테니 달러 싸 들고 해외로 나가지 말라는 거다. 지수형 레버리지가 강원랜드라면, 단일종목 레버리지는 서울 한복판 주요 호텔에 내국인 카지노를 여는 격이다. 이런데도 금융위는 2주 만에 하위법령 입법예고를 밀어붙였고, 부처 협의부터 국무회의까지 이견 없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위험성을 걸러내야 할 시스템은 작동을 멈췄다. 금융당국은 알고도 침묵했다. 사태가 커지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다”고 했다. 자기가 주도한 건 아니라는 면피성 발언이자, 이렇게 망가질 수도 있다는 걸 일찌감치 우려했다는 실토다. 당국은 상품 출시 전 증권사들에게 홍보와 마케팅을 자제하라고 압박했다. 대놓고 팔기엔 찝찝하고 위험한 상품임을 인정했던 셈이다. 눈앞에서 주가가 녹아내리는 충격적 형태는 아니지만, 이른바 ‘노란봉투법’ 역시 정책 과속이 낳은 후폭풍을 앓고 있다.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 쟁의행위 범위 확대 등 법 조항의 모호함이 현장에 극심한 갈등과 혼란을 부를 것이란 우려가 컸지만, 여당은 힘으로 밀어붙였다. 정부도 거들었다. 김용범 실장은 “문제 생기면 개정하면 된다”고 넘겼고,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노조도 국익을 생각할 것”이라 했다. 예견된 우려는 현실이 됐다. 원·하청 간 사용자성 갈등은 확산 중이고 노동위원회 판정은 오락가락했다. 삼성전자 노조는 국가 핵심 과제인 광주 반도체 공장 조성을 내년 단체교섭 의제로 삼겠다고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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