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우경임]‘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잊어라

21 hours ago 2

우경임 논설위원

우경임 논설위원
지난해 말 예정됐던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인 ‘서울대 10개 만들기’ 발표가 미뤄지고 있는 가운데 교육부가 최근 지방대 지원 방안인 앵커(ANCHOR·지역성장 인재양성체계) 사업 방향을 공개했다. 윤석열 정부의 라이즈(RISE·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 사업을 개편해 ‘5극 3특’에 맞춰 광역 단위로 공유대학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단 1년 만에 라이즈 사업을 손질하기 머쓱했던지 교육부는 반성문을 썼다. 대학 선정 과정에서 예산 나눠 먹기는 없었는지, 지방정부와 대학이 적극 소통하며 사업을 추진했는지 집중 점검해서 앞으로 지원할 대상을 선정하겠다고 했다. 결국 성과 없이 예산만 증발했다는 고백이나 다름없다. 비단 라이즈 사업뿐일까. 역대 정부마다 지방대 지원 사업을 추진했지만 그 결과는 우리가 보는 대로다.

간판만 바꿔 달아 온 지방대 사업

본격적으로 지방대 육성 사업이 시작된 건 노무현 정부부터였다. 당시 누리 사업(지방대학 혁신역량 강화 사업)을 시작하며 “지방대의 경쟁력 저하와 그에 따른 우수 학생 인력 유출로 지역 산업이 침체하고 일자리가 부족해져 수도권 편중이 심화되는 악순환 구조”를 언급했다. 지금의 현실과 꼭 닮았다. 5년간 총 1조4200억 원이 투입됐다.

이명박 정부는 대학 경쟁력을 강조하면서 지방대 지원에는 거리를 두었다. 그럼에도 광역경제권 선도 사업과 링크(LINC·산학협력선도대학) 사업을 통해 1조 원 훌쩍 넘게 지원했다. 박근혜 정부는 아예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법’을 법제화했고, CK 사업(대학 특성화 사업)을 추진했다. 문재인 정부에는 RIS(지역혁신 사업), 국립대 육성 사업, 지역선도대학 육성 사업이 있었다. 두 정부에서 각각 1조 원가량 투입했다. 윤 정부가 5년간 대학 30곳에 3조 원을 지원하기로 했던 글로컬 사업은 현재 진행형이다.

하지만 지방 명문대라는 말이 사라졌을 만큼 지방대는 추락했다. 교육부의 반성대로 ‘선택과 집중’ 없이 예산 흩뿌리기가 됐고, 선거를 앞두고는 지원 대학 수가 급증하는 일이 반복됐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을 뒤집으며 지속성도 떨어졌다. 대학은 자구 노력보다는 예산 따기에 급급했고 지역 기업과 협력할 역량도 부족했다.

최저임금 1만 원 실패 답습할라

지방대 지원 사업은 하나같이 이름이 복잡하고 어렵다. 우리 사회가 학벌에 민감하다 보니 대학 순위나 지역 격차 등이 드러나지 않게, 공정성을 의심받지 않게 작명했다. 이에 비해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뇌리에 쏙 박힌다. 하지만 5년간 4조 원이라는 예산만 늘어났을 뿐 역대 정부의 지방대 지원 사업과 그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다. ‘국토 공간 대전환’이라는 범정부 차원 과제 아래서 논의되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할 순 있겠으나, 20여 년 전 누리 사업부터 지방대 육성이 지역 살리기와 별개였던 적은 없다.

2012년 당시 문재인 대선 후보의 교육 공약은 ‘서울대 10개 만들기’와 비슷한 ‘세계적 수준 지방대 만들기’였다. 이를 제안했던 류장수 국립부경대 교수는 저서 ‘교육 불평등과 지역 불균형’에서 ‘서울대 10개 만들기’에 대해 “예산만 충분하다면 수십 개를 만들어도 좋지만 전례 없는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불가능하다”며 “초광역권별로 3, 4개의 지역선도대학을 선정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했다. 더욱이 ‘서울대가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 왜 국립대만 지원하는지 합의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10개를 채우려고 집착해선 안 된다. 선거용 구호였던 ‘최저임금 1만 원’이 무리한 속도로 추진되면서 얼마나 탈이 났던가. 교육부의 반성문이 진정성이 있으려면 ‘서울대 10개 만들기’라는 그 이름부터 버려야 한다. 적당히 예산을 나눠 주고 생색 내기에는 지역 청년의 삶이 너무 척박하다. 교육부는 절박함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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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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