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이상훈]집값 잡겠다는 세금,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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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경제부장 5억 원에 산 집을 20억 원에 팔아 15억 원의 양도차익이 생겼다면 이는 소득일까. 현행 세법에서는 따질 필요도 없이 소득이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 상승 이득을 근로·사업소득과 동일하게 볼 것인지는 그리 간단치 않다. 18세기 근대 경제학이 시작된 이래 계속돼 온 고전적 논쟁거리다. 장기간에 걸쳐 오른 부동산 가격에는 물가 상승과 그에 따른 화폐가치 하락분이 섞여 있다. 특히 1주택자는 그렇다. 5억 원에 매수한 집을 20억 원에 매도했다고 차액 15억 원을 온전히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집을 팔면 다시 살 집이 필요한데, 양도소득세로 수억 원을 내고 나면 비슷한 수준의 집으로 옮기기도 어려워진다. 장기간 보유·거주한 1주택자에게 주는 최대 80%의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은 양도차익의 이런 특성을 반영해 설계된 제도다. 0.4% 세금 걷는다고 99.6% 주거 안정 안 돼 정부는 세제 개편안에서 1주택자 장특공제의 ‘보유’ 혜택을 없앴다. 공제 한도는 단계적으로 10억 원까지 줄였다. 보유세는 연간 수천만 원이 늘어날 수 있다. 반발이 나오자 정부는 세 부담이 늘어나는 주택 수가 전체의 0.4%에 불과하다고 강조한다. 상위 1% 미만에게 세금을 물리겠다는 논리는 정치적으로 달콤하다. 아무리 반박해 봤자 “그럼 부자들에게 세금 걷지 말자는 거냐”는 목소리를 이기기 힘들다. 하지만 부동산 세금은 누가 내는지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집을 팔지 말지, 임대 물건은 어떻게 할지 등 집주인의 선택을 좌우하고, 매매 및 전월세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중요한 것은 몇 %가 세금을 더 내느냐가 아니라, 그래서 집값과 전월세 시장이 안정되느냐다. 상위 0.4%에게 세금을 걷는 것과 나머지 99.6% 이상의 주거가 안정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세제 개편안이 나온 뒤 서울 강남 3구 등 고가 주택이 많은 지역에선 세금 부담을 걱정하는 집주인들이 매물을 내놓기 시작했다. 시세보다 수억 원 낮춘 물건도 등장했다. 그런데 정작 사겠다는 사람은 드물다. 대출 규제로 돈줄이 막혀 있는 데다, 감당해야 할 보유세 부담도 커졌기 때문이다. 여력 있는 집주인은 집이 안 팔리면 버티면서 임대로 돌리면 된다. 보유세가 늘겠지만, 전월세 물량이 줄어 ‘집주인 우위 시장’이 되는 만큼 늘어난 세 부담은 세입자에게 떠넘기면 그만이다. 20억 원 밑 주택을 보유한 1주택자들은 자기 집으로 돌아가려는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양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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