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을 맞대고 있는 레바논에 대한 공격도 집요하게 이어갔다. 이를 통해 친(親)이란, 반(反)이스라엘을 핵심 가치로 강조해 온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영향력을 크게 약화시켰다. 반면 중동의 주요 산유국으로 아랍권, 나아가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이 상당한 아랍에미리트(UAE)와는 이란의 공격을 방어하는 과정에서 더욱 긴밀한 안보 관계를 맺었다. 이번 전쟁 중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스라엘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해졌다”고 주장했다.
흔들리는 이스라엘의 국가 이미지
하지만 이번 전쟁에서 이스라엘의 ‘국익 대차대조표’가 ‘플러스’라고 판단하는 건 이르다. 무엇보다, 이스라엘의 국가 이미지가 크게 훼손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쟁 장기화와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많은 나라들이 에너지 수급이 어려운 상황에 빠졌는데도 이스라엘은 사실상 노골적으로 미국과 이란 간 협상을 방해했다. 특히 이란이 강하게 반발해 온 대(對)레바논 공습을 계속 감행했다. 친이스라엘 성향이 강하단 평가를 받아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조차도 이스라엘의 이런 행태에 수차례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이스라엘은 안보를 위한 조치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자치 지역 중 온건 성향 주민들이 많이 거주하는 요르단강 서안에서도 국제사회가 불법으로 규정한 ‘이스라엘 정착촌’을 확대하고 있다. 또 헤즈볼라에 대한 군사작전을 이유로 레바논 남부 지역에는 지상군을 주둔시키고 있다. 얼마든지 ‘협상 방해자’, ‘가해자’, ‘점령자’로 불릴 수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세계 각국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인식은 크게 나빠지는 분위기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올해 2∼5월 36개국에서 조사를 진행해 이달 4일 발표한 ‘이스라엘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캐나다, 이탈리아 등 주요 7개국(G7)에서 ‘이스라엘을 부정적으로 본다’고 답한 비율은 지난해 6월 발표된 조사 때보다 최소 4%포인트, 최대 9%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독일(64%→73%), 이탈리아(66%→75%), 영국(61%→69%), 미국(53%→60%)에서 상승 폭이 두드러졌다.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자국의 이미지가 심각히 우려되는 상황이란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스라엘 국가안보연구소(INSS)가 지난달 공개한 ‘국가안보에 위협으로 작용하는 이스라엘의 이미지 악화’ 보고서는 이스라엘이 군사적으로는 성과를 얻었지만, 서방권에선 국제법을 위반하는 공격적인 국가, 심지어 ‘왕따 국가(pariah state)’로도 여겨진다고 진단했다.미래의 협력 대상 줄어들 수도국제사회에서 한 나라가 지니는 이미지는 그 나라의 국가안보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이스라엘처럼 동맹과의 협력, 국제사회의 지지를 필요로 하는 나라에는 더욱 그렇다. 지금까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과의 분쟁에서 과도한 대응을 자주 보였어도 서방을 중심으로 국제사회가 어느 정도 용인한 배경에는 나치 독일의 ‘홀로코스트(유대인 학살) 피해자’란 인식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전쟁을 거치며 자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커지고, 나아가 ‘공격자’와 ‘왕따 국가’란 이미지가 형성되고 있다는 건 이스라엘로선 결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미래에 협력할 대상이 그만큼 줄어들 수도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란에 대한 군사적 압박, 레바논 국경지대 장악, 서안 정착촌 확대 같은 ‘현재의 성과’가 장기적으로는 이스라엘의 국익 대차대조표상 얼마든지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세형 국제부장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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