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비오는 그 대회에서 우승했지만 후폭풍은 거셌다. 곧바로 상벌위원회가 소집됐고, 3년 자격정지(추후 1년으로 감경)에 벌금 1000만 원의 중징계가 내려졌다. 상금 랭킹과 제네시스 포인트 랭킹 등 모든 순위에서도 제외됐다. 김비오는 “선수 이전에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무릎을 꿇고 눈물을 쏟았다.
갤러리에게 욕을 한 행위는 어떤 경우에도 용납될 수 없다. 하지만 김비오의 성정을 잘 아는 사람들은 사석에서 안타까움을 표현하곤 했다. 김비오가 잘못한 건 분명하지만 갤러리들의 비(非)매너가 원인이 아니냐는 것이다. 몇몇 갤러리들이 경기 내내 김비오의 스윙 때마다 고의로 휴대전화 촬영음을 냈다는 주장도 나왔다.
갤러리 문화는 이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요즘도 사진을 찍으려는 갤러리들과 이를 막으려는 경기 진행 요원들 간의 실랑이가 심심찮게 벌어진다. 스윙 도중 ‘찰칵’ 소리에 골프채를 내려놓는 선수들의 모습도 익숙하다. ‘김비오 학습 효과’로 인해 선수들은 “갤러리 소음은 각자 이겨내야 할 몫”이라며 참는다.예외 없는 ‘노 휴대전화’ 정책
하지만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휴대전화 이슈가 없는 골프대회가 있다.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마스터스 토너먼트다. 13일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끝난 제90회 마스터스는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의 역사적인 2연패로 화려하게 마무리됐다.
그런데 올해 마스터스는 개막 전부터 뜻밖의 사건으로 화제를 모았다. 1989년 디 오픈 챔피언 자격으로 대회에 초청받은 마크 캘커베키아(미국)가 휴대전화를 사용하다 보안요원에게 적발돼 쫓겨난 것이다. 캘커베키아가 휴대전화를 사용한 날은 대회도 아닌 연습 라운드였고, 장소도 코스가 아닌 클럽하우스 근처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손녀이자 인플루언서인 카이 트럼프도 구설에 올랐다. 카이는 마스터스 현장에서 찍은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했는데 몇몇 누리꾼들이 “휴대전화로 찍은 것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카이는 “휴대전화가 아닌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사진”이라고 해명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마스터스는 연습 라운드 때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하는 건 허용한다.디지털 시대 속 아날로그의 힘
마스터스의 ‘노(No) 휴대전화’ 정책은 대회 조직위의 최상위 원칙이다. 조직위는 홈페이지를 통해 ‘반입 금지 물품’을 공지하는데 휴대전화는 모든 물품 최상단에 적혀 있다. 칼을 포함한 무기류보다 순위가 높다. 미디어도 예외가 아니다. 휴대전화를 갖고 들어갈 순 있지만 미디어센터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코스에서 사용하다 적발되면 출입증을 빼앗기고 즉시 퇴장이다. 마스터스는 그 대신 대회장 곳곳에 무료 공중전화를 설치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휴대전화는 현대인들에게 필수품 이상이다. ‘디지털 디톡스’를 강제당하는 마스터스에서 사람들은 어떤 감정을 느낄까. 일단 선수들은 대환영이다. 휴대전화를 의식하지 않아도 되고 셀카 요청도 받지 않는다. 무엇보다 “페이트런(후원자·마스터스 갤러리를 의미)들이 내 골프에 집중해 주는 게 좋다”고 말한다.
페이트런들의 감정도 어색함에서 편안함으로 서서히 바뀌어 간다고 한다. 휴대전화에 신경을 빼앗기지 않으니 경기에 더 몰두할 수 있다. 옆 사람과의 대화도 늘어난다. 사진 대신 눈으로 코스와 멋진 샷을 머리에 담는다. 사람들은 이런 불편함을 경험하기 위해 수천 달러의 웃돈을 주고 마스터스 티켓을 구매한다.‘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원칙을 고수해 더 매력적인 곳, 골프를 골프 그 자체로 볼 수 있는 곳, 그곳이 바로 ‘골프의 천국’ 마스터스다.
이헌재 스포츠부장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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