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정임수]누가 ‘만능 노봉법’을 만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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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임수 정책사회부장 한 기업이 4개의 노조와 각각 개별교섭을 하는 건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이전엔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이제 포스코, 인천국제공항공사처럼 민간과 공기업을 가리지 않고 원청 노조 하나에 하청 노조 3곳 등 4개 노조와 교섭을 해야 하는 사업장이 속출하고 있다. 노동위원회가 노조의 손을 들어주며 ‘쪼개기 교섭’ 주장을 받아들인 결과다. 1년 내내 노조와 씨름할 수 있다는 경영계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생산과 무관한 외주·협력업체 노조도 잇달아 교섭권을 인정받으면서 원청은 이들 업체의 노사 문제까지 관리해야 할 처지다. 현대차는 구내식당·보안경비·환경미화 하청업체와 교섭해야 하는 ‘진짜 사장’이라는 노동위 판정을 받았고, 한화오션은 급식·세탁·통근버스 업무를 맡은 도급업체의 ‘사용자’로 인정됐다. 대학이 청소·경비 노동자의 진짜 사장이라는 노동위 판단 역시 줄을 잇고 있다. 사업장 내 거의 모든 외주·도급 업무가 교섭 대상이 될 판이다.법도, 지침도 모호… 산업 현장 아우성 이 같은 혼란은 노봉법 시행 전부터 예견된 일이다. 모호한 법 조항 때문이다. 노봉법은 근로계약을 직접 맺지 않더라도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한다면 사용자로 본다. 또 노동쟁의 범위를 임금, 근로시간, 복지 등 근로조건에서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경영상의 결정’으로 넓혔다. 하지만 ‘실질적 지배’가 뭔지, ‘경영상 결정’이 뭔지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아 누가 사용자인지, 뭐가 교섭 의제인지 누구도 알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를 해결하겠다며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해석 지침도 다르지 않다. 지침은 원청이 하청 노동자를 ‘구조적으로 통제’하면 교섭 의무가 생긴다고 했지만, 이마저 불분명하다. 이러니 비슷한 사안을 두고 초심 심판인 지방노동위 판단이 오락가락하고, 노사 모두 초심에 불복해 중앙노동위 재심을 신청하는 게 관행이 되고 있다. 최근 한화오션이 급식 도급업체 사용자라는 재심 판정을 납득할 수 없다며 처음으로 행정소송까지 제기했다. 노봉법이 불러온 ‘무한 교섭’이 법적 분쟁으로 장기화될 조짐이다. 게다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불붙인 ‘영업이익 N% 성과급’ 요구는 자동차, 조선, 정보기술(IT), 유통 등 전 산업으로 번지고 있다. 성과급은 대법원 판례상 단체교섭 대상이 아니었지만, 노조가 애매모호한 노봉법을 무기로 삼기 시작했다. 그런데 정부는 이제야 노봉법의 노동쟁의 범위와 판단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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