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끌리는 ‘걷고 싶은 동네’… 오래된 건물과 새 문화 섞여 활력
빠르게 소모되는 SNS ‘핫플’에는 임대료 상승에 대형 카페만 즐비
지역생태계 지켜낸 日오모테산도… 서울 동네가 배워야 할 도시 철학
서울 성수동, 을지로, 익선동, 망원동, 서순라길 등 사람들이 많이 찾는 동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반대로 한때 인기를 끌었지만 지금은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동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런 동네들이 건강하게 지속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동네를 즐긴다’는 것은 단지 인기 있는 카페나 상점을 찾는 것 이상의 문화적 현상을 담고 있다.》
반면 점포와 카페, 식당만 줄줄이 늘어선 채 일방적인 소비 공간으로 변한 동네는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사람들이 어떤 동네를 찾는 이유는 그 동네만의 분위기와 그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소소한 장소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전제가 사라지면 사람들은 이미 소비돼 버린 장소를 떠나 또 다른 동네를 찾아가게 마련이다.
일본의 오모테산도는 많은 외부인이 찾는 대표적인 지역이지만, 동시에 197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일본 패션문화를 이끌어 온 동네이기도 하다. 이곳에는 감각적인 상점과 식당뿐 아니라 안정적인 주거지가 넓게 형성돼 있다. 또 메이지신궁과 네즈미술관, 사립대인 아오야마가쿠인대 등이 자리하고 있다. 즉 ‘직·주·락·교’의 환경이 안정적으로 갖춰진 동네다. 여기에 50년 넘게 지역의 정체성과 인기를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한 인물의 역할도 크다. 바로 ‘라이프스타일 프로듀서’라는 개념을 만든 하마노 야스히로(浜野安宏)다. 그는 고도성장기였던 1960년대, 서브컬처 문화가 확산되던 흐름 속에서 뛰어난 안목으로 패션, 디자인, 아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름을 알렸다. 이후 1970년 출간한 ‘패션화 사회’가 10만 부 이상 판매되며 대중적으로도 알려지게 됐다.하마노는 이 책에서 “미래의 모든 상품과 산업은 패션, 즉 감성과 라이프스타일을 중심에 둬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통찰을 대중에게 전했다. 또한 그는 여러 유럽 도시를 경험하며 인간의 기본소양은 결국 도시와 지역 환경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깨달았다. 이를 바탕으로 건물의 안과 밖, 공과 사의 이분법적인 경계를 넘어서는 제3의 영역으로서 ‘커먼 스페이스(Common Space·공유공간)’ 개념을 지역 개발의 철학으로 삼았다.
하마노는 건축과 도시의 건강한 관계가 시민사회의 초석이 된다고 보고, 감성과 라이프스타일을 중심으로 동네 콘텐츠를 기획했다. 이러한 그의 시각은 빠르게 뜨고 또 빠르게 사라지는 오늘날 서울의 여러 동네에 시사점을 던진다.
김대균 건축사·착착건축사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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