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선수 바짝 뒤쫓는 FPV 드론…집중력 방해 논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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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바로 앞뒤서 역동적 장면 찍어 강한 몰입감 선사

소음 크지만 '선택적 집중' 능력으로 신경 안 쓴다는 선수들도

2015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드론 추락으로 인명피해 날 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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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중계용 드론

(밀라노 AP=연합뉴스) 2026년 2월 8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2026년 동계올림픽 남자 5천m 스피드스케이팅 경기를 중계하는 데 쓰일 드론을 드론 조종사가 점검하고 있다. (AP Photo/Luca Bruno) 2026.2.10.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동계 올림픽 사상 최초로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에서 선수에 바짝 붙어서 촬영하는 근접 중계 드론이 본격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한층 더 박진감 넘치고 실감 나는 중계가 이뤄지고 있으나 선수들의 집중을 방해하고 안전 위험이 된다는 논란도 인다.

9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번 대회 중계에 쓰이는 카메라 800여대 중 25대 이상이 선수와 같은 눈높이로 근접해서 움직이는 1인칭 시점(FPV) 드론에 달려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고공 촬영으로 넓은 범위의 풍경을 보여주는 전통적 방식의 센서 드론은 10대만 배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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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올림픽 중계 드론과 스키선수

(보르미오 <이탈리아>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2026년 2월 7일 이탈리아 보르미오 소재 스텔비오 스키센터에서 열린 남자 알파인 스키세부종목 경기에 참가한 이스라엘의 바르나바스 숄로스 선수와 그를 따라다니는 경기 중계 드론의 모습. (REUTERS/Christian Hartmann/File Photo) 2026.2.10.

WP가 전한 올림픽방송서비스(OBS)의 설명에 따르면 각 중계 드론은 조종사, 감독, 기술자 등 3명으로 구성된 팀에 의해 운영된다. 전용 채널을 통해 비행 경로와 타이밍 설정, 기술적 조정 등이 이뤄진다.

피에르 뒤크레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스포츠국장은 근접 중계 드론을 통해 혁신적 영상 중계가 가능해졌다며 선수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지난주에 설명했다.

미국 NBC방송의 올림픽 중계방송 조정국장인 마이클 시언은 1인칭 시점 드론이 선수 바로 앞이나 바로 뒤에서 언덕을 따라 내려가는 모습을 근접 촬영해 속도감과 긴박감을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다며 "게임 체인저"라고 평가했다.

그는 "측면에서 와이드 샷으로 촬영할 때는 이런 느낌을 포착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전통적 스포츠 중계는 선수가 움직이는 방향에 '직각'으로 촬영되며 움직임이 화면 좌우로 이뤄지는 것을 카메라가 찍지만, 드론을 이용하면 선수의 바로 앞이나 바로 뒤에서 선수의 움직임에 '평행'하게 촬영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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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올림픽 중계 드론과 스키선수

(보르미오 <이탈리아> AP=연합뉴스) 2026년 2월 9일 이탈리아 보르미오에서 열린 2026동계올림픽 남자 알파인 스키 세부종목 경기에 참가한 스위스의 마르코 오더마트 선수와 그를 따라다니며 촬영하는 드론의 모습. (AP Photo/John Locher) 2026.2.10.

선수들의 의견은 갈린다.

올해로 6번째로 올림픽에 출전한 미국 봅슬레이 대표팀 파일럿 케일리 암브러스터 험프리스 선수는 세계선수권대회 경기와 이번 시즌 이탈리아에서 이뤄진 훈련에서 근접 촬영 드론의 시험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그는 일부 선수들이 처음에는 불안해했으나 전문가가 조종하는 드론이라는 점을 알고 나서는 그 전만큼 불안해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경기를 치르는 엘리트 선수들은 선택적 집중을 하는 훈련을 하기 때문에 카메라가 날아다니면서 소음을 내더라도 신경이 분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관중의 함성이나 장내 아나운서의 방송 등으로 주변이 소란스럽더라도 방해를 받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미국 스노우보드 대표팀의 매디 매스트로 선수는 하프파이프 종목 경기를 하면서 한쪽 귀에 이어폰을 꽂고 최대 볼륨으로 음악을 듣는다며, 드론이 소음을 내더라도 안전한 거리에서 날려지기만 하면 경기에 영향이 없다고 WP에 말했다.

17세 미국 프리스타일 스키 선수 에이버리 크러미는 경기장에 들어서면 정신상태가 바뀐다며 9일 슬로프스타일 종목 경기를 하면서 핍스타 리애나의 음악을 들은 것 외에는 발 밑에 있는 스키와 앞에 펼쳐진 경로에만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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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올림픽 중계 드론과 스키선수

(프레다초 <이탈리아> AP=연합뉴스) 2026년 2월 9일 이탈리아 프레다초에서 열린 2026 동계올림픽 남자 스키 세부종목 경기에 참가한 노르웨이의 크리스토퍼 에릭센 순달 선수와 그의 모습을 촬영하는 드론의 모습. (AP Photo/Kirsty Wigglesworth) 2026.2.10.

스위스의 프리스타일 스키 선수 줄리아 탄노는 경기 시작 전 코스 꼭대기에서나 연습할 때는 드론이 눈에 들어오지만 경기가 시작되면 보이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경이 쓰인다는 선수들도 있다.

미국 스노보드 선수인 19세 비아 킴은 드론이 선수들에게 너무 근접해서 날려지는 경우가 있다며 "드론을 조종하는 사람들이 (촬영 장소가 아닌) 다른 곳에 있어서 얼마나 근접했는지 깨닫지 못하는 탓일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런 우려가 기우는 아니며, 실제로 심각한 인명 피해 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전례도 있다.

2015년 이탈리아 마돈나디캄필리오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슬랄롬 종목 경기 도중 공중 촬영을 하던 드론이 추락하는 바람이 오스트리아의 마르셀 히르셔 선수가 크게 다칠뻔했다.

드론은 히르셔 선수를 겨우 수m 간격으로 비껴가 후방의 눈에 추락했다.

히르셔 선수는 "끔찍하다"며 "이런 일은 결코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 심각한 부상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국제 스키·스노보드 연맹은 한동안 드론 중계를 금지했다가 몇 년 후에 해제했다.

limhwasop@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2월10일 10시33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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