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 간 휴전 기대가 확산하면서 국내 금융시장이 빠르게 안정을 되찾고 있다. 전쟁 격화 당시 1700원 선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 원·달러 환율은 최근 1480원대로 하락했다. 급락 우려가 제기된 코스피지수 역시 5850선까지 회복됐다. 금융시장 주요 변수만 놓고 보면 고비를 넘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위기 국면에서 가장 큰 불안 요인으로 꼽힌 곳은 외환시장이다. 원·달러 환율이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위기설이 확산했다. 실질실효환율 기준으로 보면 원화의 적정 환율 수준은 1330~1350원대로 추정된다. 현재 환율은 이 범위를 웃도는 상태다.
하지만 환율 수준만으로 위기를 판단해선 안 된다. 외화 유동성에 문제가 없다면 환율 상승은 오히려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금리 인하나 재정 확대보다 성장률 제고 효과가 더 크다. 실제 올해 1분기 무역수지 흑자는 500억달러에 육박하며 전 분기 대비 증가율이 1%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외화 보유도 충분한 수준이다. 지난 3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236억달러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 그린스펀-기도티, 캡티윤 방식 등 주요 기준을 모두 웃도는 규모다. 가장 보수적인 캡티윤 기준으로도 적정 외환 규모는 3800억달러 수준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경상수지 흑자까지 더해지며 외화 유입 기반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지난해 1230억달러이던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올해 2000억달러를 크게 웃돌 전망이다.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체결 여부를 둘러싼 논쟁도 이어지고 있지만 구조적인 문제로 보긴 어렵다. 미국 중앙은행은 통화스와프 체결 대상을 IMF 특별인출권(SDR) 통화국으로 제한하고 있다. 기축통화로서 달러화 위상을 지키기 위한 원칙이다.
환율 변동성 확대 역시 과도하게 해석할 필요는 없다. 전쟁 여파가 겹친 지난 3월에는 하루 평균 변동폭이 11원을 넘으며 동남아시아 통화보다 큰 움직임을 보였다. 이를 두고 원화가 ‘이류 통화’로 전락했다는 주장까지 나왔고, 리디노미네이션(화폐 단위 변경) 필요성도 제기됐다. 리디노미네이션은 달러당 네 자릿수 환율을 한 자릿수로 줄이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변동성 확대 자체가 위기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통화 가치는 경제 기초체력(펀더멘털)과 정책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데, 펀더멘털이 안정적이라면 변동성은 오히려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환율 변동과 관련된 다양한 금융상품이 나오면서 외환시장의 중층적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리디노미네이션 역시 현실적인 대안으로 보기 어렵다. 환율을 단순히 숫자 단위로 낮추는 조치일 뿐 경제 체질을 개선하는 수단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특히 전쟁 등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추진할 경우 환율 변동성만 키울 가능성이 크다. 실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리디노미네이션을 단행한 국가 상당수가 실패로 끝나며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
이달 21일 취임하는 신현송 차기 한국은행 총재는 현재 원·달러 환율 수준과 변동성, 외화 유동성에 특별한 문제가 없다는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전쟁과 같은 비상 국면에서 근거 없이 단면에만 치우쳐 위기설을 제기하는 것은 가장 경계해야 한다. 부정적 편향은 긍정적 편향보다 여섯 배 이상 빠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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