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재의 무비홀릭]‘호프’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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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호프’의 한 장면. 도대체 무엇이 이 영화에서 제일로 중요한 걸까.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승재 영화평론가·동아이지에듀 상무 [1] 500억 원 넘는 제작비를 들인 나홍진 감독의 대작 ‘호프’가 흥행 실패로 끝났어요. 개봉 한 달이 안 된 지금 호프의 예매 순위는 ‘사랑의 하츄핑: 고래보석의 전설’에 밀린 6위를 기록 중이죠. 흥행 여부가 좋고 나쁜 영화를 나누는 잣대는 못 되지만, 관객이 불만족스러워하는 이유에 대한 분석은 한국 영화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필요해요. [2] 호프를 복잡하게 읽어내기 시작하면 밑도 끝도 없어요. 반공과 멸공을 외쳤던 1970년대로 보이는 시대적 배경과 비무장지대의 외딴 마을이란 공간적 배경 속에서 외계인이 출몰해 양민을 학살하는 모습은, 적을 괴물적 존재로 상정해 사람들의 마음속에 공포와 적개심을 배양했던 독재 권력의 모습과 포개어져요. 국가 권력을 상징하는 경찰 범석(황정민)과 그것에 기생하는 민간 권력을 상징하는 사냥꾼 성기(조인성)가 ‘죽어도 죽지 않는’ 존재로 그려지는 것도 전체주의의 저주스러운 생명력을 나타낸다고도 볼 수 있죠. △호랑이와 돌멩이를 합친 이름 ‘범석’, 마초이즘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이름 ‘성기’와 더불어 기관총과 유탄발사기를 난사하는 여자 경찰의 이름을 ‘성애’(정호연)로 설정한 것도 △성기를 비롯한 사냥꾼 일행이 외계인의 근거지인 숲속에 진입하자마자 시뻘건 총각무를 일제히 베어 무는 장면이 나오는 것도 모두 남근 중심의 억압적이고 폭력적인 독재 권력의 본질과 맞닿아 있어요. [3] 그런데 호프가 이룬 최고의 미학적 성취는 촬영에 있어요. 시대의 축축한 공기를 혓바닥처럼 훑으며 뱀처럼 불온하게 움직이는 카메라의 동물성 말이에요. 극도의 공포를 느끼면서 장총(남근을 상징)을 들고 외계인에게 접근하는 범석과 성기의 모습을 찍어 편집하는 방법이 기가 막혀요. 처음엔 카메라가 그들의 뒤통수에서 따라가며 찍는 시점 쇼트가 제시되는데, 곧바로 다음 장면에선 그들의 얼굴을 다시 정면에서 찍는 리버스 쇼트가 따라붙죠. 피해자인 줄 알았던 주인공들이 외계인의 입장에서 보면 가해자일 수 있다는 관점의 전환이 드러나는 대목이에요. 자기 보호를 위해 공포에 떨면서 상대를 세상 모질고 잔혹하게 사냥하는 아이러니 말이에요. [4] 나홍진은 호프를 통해 영화의 근원, 아니 기원으로 돌아가려 한 것도 같아요. 130년 전 프랑스 뤼미에르 형제가 플랫폼으로 들어오는 기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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