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3년차 이율린은 어린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숱한 난관을 겪은 선수다. 2023년 화려하게 정규투어에 데뷔했지만 매년 시드전을 치를 정도로 성적이 신통치 않았기 때문이다. 황유민 방신실 김민별 등 데뷔 동기들의 우승을 지켜보며 혼자 속상해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작년 초엔 갑자기 찾아온 드라이버 입스로 한동안 마음고생을 하기도 했다.
이율린은 시련이 찾아올 때마다 이를 더 악물었다. 넘어지면 다시 툭툭 털고 일어나면 된다는 생각으로 끊임없이 해결 방법을 찾았다. 그랬더니 조금씩 빛이 보였다고 한다. 남들은 몇 년씩 걸리는 드라이버 입스를 4개월여 만에 극복했고 ‘지옥’이라고 불리는 시드전도 수석으로 통과했다. 지난 19일 끝난 상상인·한경 와우넷 오픈에서도 그랬다. 첫 우승 경쟁으로 긴장한 탓에 샷이 흔들리기도 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집중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 미술의 꿈 접고 골프 올인
20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에서 만난 이율린은 “수차례 시련과 좌절을 극복한 경험이 마지막 날 우승 경쟁과 연장 승부에 큰 힘이 됐다”며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는 이율린의 골프는 이제 시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골프를 시작할 때부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진출을 꿈꿨다”며 “언젠가 (황)유민이와 가장 큰 무대에서 경쟁하고 싶다”고 말했다.
2002년생 이율린은 초교 5학년 때 골프를 시작했다. 원래는 화가를 꿈꿨다. 예술의전당 미술영재아카데미에 선발될 정도로 재능이 뛰어났다고 한다. 취미로 시작한 골프에서도 재능을 발견한 뒤엔 미술의 꿈을 접고 골프에 올인했다. 이율린의 아버지 이필모 씨는 “어렸을 때 미술을 하다가 부모님의 반대로 꿈을 포기한 적이 있다”며 “율린이는 원하는 꿈을 이뤘으면 하는 바람에 골프 선수의 길을 적극 응원하고 밀어줬다”고 했다.
이율린의 골프는 타고난 재능과 부모의 전폭적인 지원에 일찍 꽃을 피웠다. 2020년과 2021년 국가대표를 거쳤고 2022년 11월 정규투어 시드전을 5위로 통과해 이듬해 KLPGA투어에 데뷔했다. 프로의 벽은 생각보다 높았다. 데뷔 첫해 상금랭킹 93위로 투어 카드를 잃었다. 시드전을 차석으로 통과하며 재기를 다짐했지만 지난해에도 상금랭킹 65위에 그쳐 또 시드전이 열리는 전남 무안으로 향해야 했다.
작년엔 드라이버 입스로 고생했다. 이율린은 “5월 E1채리티오픈 첫날 마지막 홀에서 트리플보기를 범했는데 이후 드라이버샷이 무서워졌다”며 “심리적인 문제로 몸이 원하는 대로 안 움직이고 놀라는 동작이 반복되면서 티샷이 옆 홀도 아니고 옆의 옆 홀로 벗어나는 게 일상이었다”고 돌아봤다.
다행히 최악의 상황은 오래가지 않았다. 지난해 7월 김혜동 코치를 만나 스윙의 모든 걸 뜯어고친 뒤부터 차츰 증상이 나아졌다고 한다. 물론 이율린의 피나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0부터 다시 시작한다고 생각했다”며 “매일 밤늦게까지 연습에 몰두한 결과 조금씩 자신감을 찾았다”고 했다.
◇ “지옥의 시드전 안 가 기뻐”
데뷔 때를 포함해 3년 연속 시드전을 경험한 이율린은 이번 우승으로 2년간 마음 편히 골프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이율린은 “올해 시드전에 가지 않아도 되는 게 제일 기쁘다”며 환하게 웃었다. 연말에 절친 황유민과 여행을 계획했다는 그는 “유민이가 미국에 가기 전에 태국으로 여행을 가기로 했다”며 “우승 전까진 ‘시드전에 가게 되면 여행을 온전히 즐기지 못할 것 같다’는 걱정이 있었는데 이제는 마음껏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유민이에게 큰소리치며 한턱내겠다”고 말했다.
생애 첫 우승과 함께 더 큰 자신감을 얻은 이율린의 골프는 이제 시작이다. 그는 “동기들에 비해 조금 늦었지만 꿈에 그리던 첫 승을 해내 너무 기쁘다”며 “다섯 번의 연장을 극복한 끝에 한 우승이라 정말 큰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골프를 더 잘하는 선수가 되는 게 목표”라며 “스스로 인정할 수 있는 수준이 됐을 때 LPGA투어에 꼭 도전하겠다”고 다짐했다.
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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