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영 칼럼]李의 조작 기소 ‘오물’ 털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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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없이 제기된 근거 없는 문제들로
오물 뒤집어쓴 상태” 라던 李
조작 기소 ‘오물’은 예외적 특검 아닌
법과 상식으로 털어내야

이진영 논설위원

이진영 논설위원
이재명 대통령의 유체이탈식 화법은 들을 때마다 놀랍다.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선 4대 국정 목표로 ‘규범과 규칙이 지켜지는 정상사회’를 제시했다. 검찰의 무리한 수사 관행을 지적하는 대목에선 “모든 영역에서 금도라고 하는 게 있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자신의 공소 취소 문제에 대해 처음으로 ‘특검이 낫지 않나’라고 답한 직후였다. 진보 시민단체들도 위헌이라며 반대하는 조작 기소 특검법은 규범과 규칙에 맞는 일인가, 선을 넘는 일인가.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기대치 이하의 성적표를 받았는데 실점 요인으로 ‘스벅 사태’ 과잉 대응과 조작 기소 특검법 등이 꼽힌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조작 기소 특검법이 국민의힘을 살렸다”고 했다. 민주당이 재판 중인 이 대통령의 사건 전체를 가져다가 조작 기소 여부를 따져본 뒤 공소 취소까지 할 수 있게 하는 특검법을 4월 말 발의했다가 보류한 이유도 ‘이 대통령 재판 뭉개기용’이라는 여론에 15 대 1 압승론이 크게 흔들렸기 때문이다. 표심이 무서워 미뤄뒀던 입법을 선거가 끝났다고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진상 규명 방법으로 ‘내가 지휘하는 검찰과 경찰 합수본을 구성해 하는 게 정상’이지만 “국민 입장이나 야당 입장에서는 중립적인 특검이 낫지 않나”라며 특검에 무게를 실었다. 뭔가 양보하는 듯한 발언이지만 민주당 법안엔 대통령이 특검을 임명하도록 돼 있어 중립적이지 않은 건 마찬가지다. 애초에 여당이 특검 카드를 꺼내든 것도 검찰의 공소 취소는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공소 취소는 로스쿨 시험 문제에 출제된 적이 없어 고시생들도 건너뛰는 제도라고 한다. 그만큼 드문 일이어서 어지간한 조작 증거가 나오기 전엔 검사가 공소를 취소할 일은 없다는 뜻이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는 방법도 있지만 훗날 직권남용이든 법왜곡죄든 법적 책임을 각오해야 한다. 정 장관은 올 3월 공소 취소 거래설이 제기됐을 때 “공소 취소를 지휘할 생각 자체가 없다”고 했었다.

정 장관이 못 하는 공소 취소를 특검은 해줄까. ‘뒤탈’을 걱정해야 하는 건 특검도 마찬가지다. 이에 대비해 조작 기소 특검법에 넣어둔 독소조항이 ‘공소 유지 변호사’ 조항이다. 공소 유지 변호사는 특검이 위임하면 특검과 같은 권한으로 공소 취소를 할 수 있다. 특검은 법조 경력 15년 이상, 특검보는 7년 이상인데 공소 유지 변호사는 이런 자격 요건도 없다. 공소 취소를 할 수 있는 사람을 대폭 늘려놓으면 특검이 발 빼더라도 누구 하나쯤은 나서서 총대 메줄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내린 결정이 어떤 권위를 가질 수 있겠나.

한국갤럽이 지난달 중순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공소 취소에 반대하는 여론(44%)이 찬성하는 여론(27%)보다 훨씬 높았다. 여당은 특히 2030 세대가 서울시장 선거에서 오세훈 시장에게 표를 몰아준 사실을 눈여겨봐야 한다. 이 대통령이 생리대 가격 인하를 압박하고 탈모약에 건강보험 적용 검토를 지시해 가며 살뜰히 챙겼지만 여당에 대한 젊은 표심은 싸늘하다. 취업과 자산 형성의 기회에서 소외된 채 미래 부양 부담만 떠안게 돼 반감이 크다고 한다. 요즘 서울 잠실을 뜨겁게 달구는 참정권 운동과 대학가의 시국선언은 조용히 끓던 잃어버린 세대의 분노가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맞아 터져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주장은 간단하다. 왜 암담한 미래만으로도 버거운데 기본권마저 보장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권리 침해나 불공정엔 누구보다 예민한 학생인권조례 세대다. 뜻밖의 시위로 선관위 개혁을 이끌어 내며 정치적 효능감을 맛본 이들이 특정인만을 위한 조작 기소 특검법을 보고 어떻게 반응할까.이 대통령은 경기도지사 시절이던 2020년 ‘친형 강제입원’과 관련한 허위 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 판결을 받은 뒤 ‘오물’이란 표현을 쓴 적이 있다. 그는 “수없이 제기된 문제들 다 근거가 없다”며 “다만 오물을 뒤집어쓴 상태이기 때문에 털어내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의 8개 사건 12개 혐의를 수사한 검사가 연인원 150명이 넘는다고 하니 억울한 일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오물은 법과 상식으로 털어낼 수밖에 없다. 조작 기소의 경우 수사 검사의 공소 취하 절차를 밟거나 퇴임 후 재판을 통해 털어내는 것이 법과 상식이다. 그러지 않고 사법 리스크를 털어내려 꼼수를 쓴다면 털어내기 어려운 새로운 허물을 뒤집어쓰게 된다. 선을 넘는 일이자, ‘규범과 규칙이 지켜지는 정상 사회’와도 맞지 않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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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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