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주 ‘건축학개론’
우리가 여행을 하는 이유는 아마도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벗어나기 위함일 게다. 그런데 그 일상을 벗어나는 일은 꼭 일상 바깥에서만 가능할까. ‘건축학개론’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영화는 서른다섯 살의 건축가 승민(엄태웅 분) 앞에 15년 만에 불쑥 나타나 제주도의 구옥을 고쳐 달라 의뢰한 첫사랑 서연(한가인 분)의 이야기로 문을 연다. 승민의 평범했던 일상은 서연의 등장으로 새로워진다. 그건 마치 15년 전 그가 서연과 처음 만나 감정을 나누던 과거로 떠나는 여행 같다.
대학 시절 그들은 건축학개론 수업을 통해 만났다. “지금 자기가 사는 동네를 여행을 해보는 거야.” 같은 동네 정릉에서 살던 두 사람은 마침 교수가 내준 이 과제가 계기가 되어 함께 ‘동네 여행’을 떠난다. 교수의 말처럼 평소 무심코 지나치던 동네 골목과 길들 그리고 건물들이 새롭게 보인다. 교수는 그렇게 “자기가 살고 있는 곳에 애정을 가지고 이해를 시작하는 것”이 건축학개론의 시작이라고 했지만, 아마도 그들이 느낀 동네의 새로움에는 두 사람이 함께해서도 한몫을 차지했을 게다. 빈 한옥에 슬쩍 들어가 마루에 걸터앉아 있거나 버스를 함께 타는 것, 건물 옥상에서 이어폰을 한 쪽씩 나눠 끼고 김동률의 ‘기억의 습작’을 듣는 것만으로도 그 시간들은 설레는 여행이 됐으니까.평범한 일상을 설레게 하는 것이 사랑 같은 감정인 것처럼, 평범한 공간을 새롭게 보이게 하는 건 애정 어린 시선이다. 그래서 여행은 반드시 일상 바깥으로 나가야 가능한 일만은 아니다. 물론 화창한 봄날 어딘가로 떠나고픈 마음이 굴뚝같겠지만, 여의치 않다면 늘 보던 길도 다른 마음으로 걸어 보길. 일상 속에서도 어쩌면 여행하는 기분을 느낄 수도 있을 테니.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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