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은 비뚤어져도 말은 바로… ‘딱딱함’과 ‘아삭함’은 다르다[이용재의 식사의 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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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재 음식평론가 한여름 세상이 또 시끄럽다. ‘딱복’(딱딱한 복숭아)과 ‘물복’(과즙 많은 복숭아) 논쟁에 불이 붙었다. X(옛 트위터)를 비롯한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취향 대립 ‘밈(meme·온라인 유행 콘텐츠)’으로 쓰기 시작한 게 2016년이니, 딱복과 물복이라는 명칭이 등장한 지도 올해로 딱 10년 됐다. 가히 탕수육 ‘부먹’, ‘찍먹’ 논쟁의 후계자라 할 만하다. 현재는 물복파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 2021년 7월의 ‘쇠고기 딱복국’ 발언이 딱복파에게 상당한 타격이었다. 한 스트리머가 “딱복은 쇠고기랑 국이나 끓여 먹어라”라고 이야기한 게 시초다. 이제 ‘딱복 깍두기’ 밈까지 등장했다. 무처럼 단단하고 밍밍하니 국을 끓이고 깍두기나 담가 먹으라는 비아냥거림이다. 식품의 역사를 살펴보면 딱복도 토마토와 같은 운명의 산물이다. 원래 토마토는 가지에 붙어 완전히 익은 다음 따야 제맛을 느낄 수 있는 채소다. 단맛, 신맛, 짠맛과 감칠맛을 골고루 갖춰 서양 요리에서 우리의 장류 역할까지 맡는다. 대규모 농사를 짓는 미국에서는 1942년 ‘브라세로 프로그램(Bracero Program)’을 출범해 멕시코 노동자들을 대거 고용했다. 사람 손으로 하나씩 따야만 토마토의 손상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1964년 미 정부가 인권 및 노동 문제를 이유로 프로그램을 폐지했다. 농가는 극심한 노동력 부족에 시달렸고, 손으로 토마토를 따는 게 불가능해졌다. 미 농업계는 기계 수확으로 방향을 트는 한편 기계에 견딜 수 있는 단단한 품종을 개발했다. 그렇게 대규모 생산되는 토마토는 파랗고 단단할 때 따 에틸렌 가스를 쐬어 후숙시켜 향도 맛도 없는 채소로 전락했다. 복숭아는 본디 물복이었다. 그러나 1980년대까지도 물류 환경과 저온 저장 기술(콜드체인)이 열악했다. 그 탓에 무르고 즙이 많은 물복이 쉽게 멍이 들거나 썩어버려 농가와 유통계가 전전긍긍했다. 이를 타개하고자 농촌진흥청 원예시험장에서 1977년 ‘유명’이라는 품종을 육성해 1980년대에 전국 농가에 널리 보급했다. 유명은 완전히 익어도 과육이 돌처럼 단단해 유통과 보관에 압도적으로 유리했고, 신맛이 적고 보존성도 뛰어나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1990년대까지 한국 시장을 완전히 장악하며 ‘복숭아는 원래 딱딱한 과일’이라는 인식을 심었다. 그러다가 2000년대, 획기적으로 발달한 택배와 콜드체인 덕분에 천중도나 미백 등 물복 계열이 다시 주도권을 잡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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