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훈-신유빈 조는 왕추친-쑨잉사 조와 파리 올림픽, 도하 세계선수권 대회 등에서 6번 맞붙어 6패를 기록했다. 이날 값진 첫 승리를 만끽할 법도 한데 신 선수는 경기가 끝나자마자 발목 부상을 안고 경기에 임한 쑨 선수부터 찾았다.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위로했고 쑨 선수도 괜찮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이어진 인터뷰에선 그는 “운동선수에겐 몸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저도 마음이 아프다”라고 했다. 임 선수 역시 “프로페셔널하게 경기를 해 준 왕추친-쑨잉사 선수에게 고맙다”고 했다. 이들의 인터뷰를 지켜본 홍콩 관중들은 환호와 함께 박수를 보냈다.
▷이날 경기는 스포츠 정신의 ‘정석’ 같았다는 평가다. 부상을 당하고도 끝까지 최선을 다한 선수와 부상당한 상대 선수를 걱정하며 승리 앞에서 겸손한 선수…. 아름다운 경쟁은 중국인의 마음까지 녹였다. 웨이보 등 중국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우승 세리머니를 자제하고 중국 선수를 배려한 신 선수의 매너를 칭찬하는 글이 이어졌다. 오랜 시간 살얼음판 같던 한중 관계에서 신 선수가 외교관 100명이 못 할 일을 해낸 것 같다.
▷지난해 파리 올림픽 여자 단식 동메달 결정전에서 신 선수는 일본의 하야타 히나 선수에게 접전 끝에 패했다. 아깝게 진 경기인데도 상대 선수에게 먼저 다가가 밝게 축하 인사를 건넸고 그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신 선수는 “나를 이긴 상대들은 그만큼 나보다 더 오랜 기간, 묵묵하게 노력했던 선수들”이라며 “그런 점은 인정하고 배워야 한다”고 했다. 당시에도 일본 언론과 SNS에서 신 선수에게 매료됐다는 반응이 나왔다.▷사실 스포츠 선수끼리는 국경, 인종, 언어를 넘어 우정을 나누곤 한다. 훈련 과정은 얼마나 고되고 경기는 긴장되는지, 승패에 통제할 수 없는 변수는 얼마나 많은지, 정당한 노력이 보상받지 못하는 패배는 얼마나 쓰라린지 ‘동병상련’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신 선수는 “다들 아프지 않고 행복하게 경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사람이 사람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반경이 국경을 넘어선다는 것을 ‘삐약이’ 신 선수가 보여준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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